150여명을 태운 컬럼비아항공기는 33,000피트에서 급강하하여 수직으로 추락, 전원 사망한다. 기체 적정용량보다 수화물을 오버해서 실었고, 기장이 이에 따른 고도계산을 잘못했고, 결국 엔진이 멈춘 것이 주요인이다.
입국 이틀 전에 디스커버리가 보여준 것이 하필 이런거다. 짐이 한가득인 내가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다낭으로 가는 버스는 만석이다. 십 여명의 젊은 중국인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불안하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출발해서부터 떠들기 시작한다. 커다란 선글라스, 루비똥백, 대포 카메라. 왼쪽다리는 문신으로 도배했다. 중국인들은 왜 저리 크게 말할까. 단둘이 말할때도 웅변하듯 목청을 높인다. 저러다 고무줄 튕기듯 목힘줄이 끊어질 것 같다. 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서양인들은 조그만 목소리로, '중국인이지?'라며 고개를 흔든다.
여행이 끝나가니 뒤늦게 예술사진 찍고 있다. 그냥 맥주박스인데..
훼에 올때 들렀던 진주샵에 또 들렀다. 분명,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틀림없다. 허허벌판에 달랑 리조트 하나 있는 곳이다. 너무 한적해서 탈인 곳이다. 홀로 죽어도 몇 개월 뒤에 발견될 지도 모른다.
내가 탄 버스는 다낭을 거쳐 호이안으로 향하는 차였다. 하마터면 호이안에또 갈 뻔했다. 강가에 내리니 또 막막해진다. 삐끼들이 먹이를 노리듯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의 첫 대화는 항상 어디서 왔니?
/지옥에서 왔어.
헬이란 나라는 처음 들어보지?
베트남 도시 중 가장 한적했던 다낭. 평일인데도 이렇다.
새로 지은 호텔이 있다는데, 어차피 호텔골목을 가야 하니,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호텔은 딱 그 가격만큼이었다. 내일 저녁에 체크아웃하는 조건으로 2만원.
체크인을 한 후 직원에게 공항까지 택시비가 얼마냐고 물으니, 2천원정도란다. 아까 오토바이기사는 2,500원을 불렀다. 아유..진짜..
밖으로 나서는데, 직원이 오토바이 기사랑 만나기로 한거 아니냐고 한다. 이 아저씨, 또 엄한 외국인 하나 잡았다고 생각하는구나.
/아니. 왜?
/음..그럼 내일 공항까지 샌딩해주기로 한거 맞아?
/아니. 택시보다 비싸게 불러서 안하려구. 그렇게 하기로 했대?
/응. 그렇게 알고 있던데.
/다시 오면 아니라고 전해줘.
모퉁이를 도는데, 뒤에서 그 기사가 쫒아온다.
/지금 어디가?
/시장 가려구.
/그럼 시장 갔다가 마블산 갈래?
그곳은 훼 가는 길에 들렀던 채석장 같은 곳이다.
/나 가봤어. 그냥 나혼자 다닐거야.
/그럼 내일 공항갈때 어떻게 할거야?
/택시 탈거 같은데.
/그럼....아까 호텔까지 오토바이 탔던거 돈 줘.
하아. 정말 이것들이...조금만 방심하면 등에 칼을 꽂는다.
/넌 호텔에서 소개비 받잖아.
/아냐. 안받아.
웃기시네. 무시하고 뒤돌아 걷는데 계속 부르다 만다.
일단, 밥을 먹어야 하는데, 더운 로컬식당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먹기는 싫고, 그렇다고 강에 둥둥 떠있는 고급 라운지에 들어가기도 싫다.
이때 눈에 띈 상가건물의 푸드코트! 게다가 한국식당도 있다. 그 이름하야 '대장금' . 돌솥비빔밥(3,100원)을 주문한 뒤 기대만빵이었으나, 삼겹살 부스러기, 계란, 옥수수, 이상한 채소줄기를 섞은 국적불명의 음식이다. 곁다리로 나온 미역국 계열의 맛은 언급하기도 싫다. 김치는 전형적인 중국산 맛이 났지만, 한번 더 달라했다. 김밥이 돈가스보다 비싸고, 김치찌개와 육개장도 있지만, 그리 기대감은 없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커피를 마시는데, 베트남에서 제일 비싼 커피다. (2,400원)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탓에 핫스팟인듯 싶다.
다낭은 나짱과는 달리 해변에서 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냥 강변이다. 오토바이도 별로 없고, 굉장히 한적하다. 건설붐이 일었는지, 도시 전체가 뚝딱뚝딱거린다.
한시장에 갔지만, 정말 살만한 것이 없다. 그나마 큰 마트인 빅C에 가기위해 또다시 쎄옴과 눈맞추기 한판. 2달러를 부르기도 전에 500원 꺼내서 '빅C!' 를 외친다. 또, 어디서 왔니? 응. 지옥에서. 뭐라뭐라 하는데, 그냥 응.응. 한다.
방콕에서 갔던 빅C와 유사하면서도 좀 구식이긴 하다. 어제 장은 봤으니 살 것은 없고, 다른 매장을 슬슬 돌아다니는데, 엇! 청바지 괜찮다. 5천원!
한국사이즈를 생각하고 자신있게 27을 집어 들었는데, 이런.. 여기 애들은 성인도 아동복 사이즈다. 결국 32사이즈를 입어야하는 절망감과 골라주던 점원의 활짝 웃음이 잊혀지지 않는다. 같이 고르던 아줌마가 나도 샀어.라고 말하며 뭐라뭐라한다. 이모. 나 무슨 말인지 몰라요. 계속 따라오며 말을 하는데, 어색하게 웃으며 끄덕끄덕해줬다.
지도를 보며 슬슬 돌아오는데, 관광객은 오지 않는 길인지 온동네 사람들이 나를 주시한다. 웃긴건, 눈을 마주치면 또 피한다.
숙소에 짱박히기엔 이른 시간이고, 맥주를 사야 하는데...편의점이 없다.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인데, 그냥 노상밖에 없다.
강변가에 있는 펍에 들어가 맥주를 주문했다. 그리 비싸지는 않다. 피곤했는지 취기가 확 돈다. 에헤라. 내친 김에 한병 더 마시자.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3주간의 여행을 뒤돌아보면, 진짜 힘들었다.라고 바로 튀어나오지만, 사실 다시 오고 싶기도 한 곳이다. 혹자는 베트남인들의 무질서와 사기꾼 기질, 나태함을 지적한다. 물론,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진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는 위험하기도 하고, 신뢰도가 없으며, 공권력의 부패가 심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베트남 여행기를 읽다보면, 소매치기, 퍽치기, 날치기 등 온갖 범죄의 온상이 이곳이다. 이곳에서 몇 년동안 거주해서 사는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 온 현지인들도 사기를 당한다.
하지만, 베트남만큼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게다가 이만큼 물가가 저렴한 곳이 있을까 싶다. 다행히, 여행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물론, 화도 많이 냈고) 별탈없이 귀국하게 되서 행운이라 생각한다. 여행자 본인이 긴장하고, 조심한다면, 베트남 여행은 분명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동남아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제일 미남, 미녀다. 아이들은 정말 예쁘다)
캄보디아의 경우에는 마음이 짠한 경우가 많았다. 맨발의 아이들이 1원짜리 페트병을 주우러 다니고, 쓰레기를 뒤지고,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1/3은 임신을 한 상태이고, 1/3은 아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말 아이의 비중이 높다. 한국처럼 바득바득 쫒아다니면서 밥을 먹이고, 마트의 대부분이 아동복이다.
대신, 베트남인들은 닳고 닳았다는 느낌인 반면, 캄보디아인들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보다 잘웃고, 계산없이 먼저 다가온다.
해가 지고, 강가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산책을 한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숙소에 와서 짐을 정리하는데, 한국돈 2만원이 빈다. 달러와 카드만 들고 다녔는데, 어디에서 빼간걸까. 유력한 용의처는 호치민, 나짱이다. 원래 돈을 훔칠때는 몇 장만 빼간다더니, 하옇튼 쫌스럽기 그지없다. 다행히 시계나 화장품, 몽블랑펜은 손대지 않았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