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지점까지는 좋았다. 주인공이 왜 불행하게 느끼는지,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부딪히고. 자신의 불행을 남편에게 미루는 와이프가 죽일 년이네 싶고, 바람피운 옆집 남자가 주인공에게 살해당했을 때도 그 놈 죽을 짓 했다 싶었다. 즉, 충분히 독자의 공감을 얻을 만 했다. 호흡도 빨랐고, 늘어지는 부분도 없었다. 과거와 현재를 재빠르게 오가는 순발력도 뛰어났다.
문제는 그의 죽음을 위장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감정스프는 치즈가락처럼 찐득거리기 시작한다. 죽을 준비를 위해 쇼핑몰 갔다가 우비사고, 삽사고 그러다가 아들 생각나서 울다가, 다시 차 옮겨놓고 모텔가서 눈 붙이다 또 아들 생각나서 울고, 징징징징.. 죽음을 위장한 뒤, 정처없이 떠도는데 쓸데없이 몇 번 국도를 지나 어느 지역을 통과하고, 또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어느 도시에 도착하고 등등..지도를 펼쳐놓고 짚어가면서 보는 독자가 얼마나 된다고 이렇듯 네비게이션 안내를 해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며칠이나 지났다고 여자랑 자고, 또 자고, 여행하고, 그 와중에 사진 전시회 한다고 깝죽대다 결국, 모든 것이 들통나고.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고, 애초에 와이프가 바람난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차라리 죽어버리기나 했으면, 그나마 깔끔한 결말이라도 됐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