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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사고

by iamlitmus 2007. 10. 28.

아침부터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자꾸만 옆차선의 트럭이 시비를 거는 겁니다.
우회전하려나 싶어 왼쪽으로 붙이면,
다시 끼어들려하고, 차선따라 가려하면,
의도적인 느낌을 팍팍 풍기면서 대가리를 팍팍 들이대는거예요.
/이 십색볼펜같은게. 내가 여자라고 너 지금 무시하는게냐. 이래뵈도 운전경력 15년이다.
결국 포기하고 지나가면서, 차를 멈추고는 뭐라뭐라 하는데, 눈빛이나 입모양을 보아하니 욕이예요.
/뭘봐, 이 시베리아 허스키야. 네가 먼저 시비걸었잖아!!!
질세라, 저도 마구 육두문자를 날렸더랬습니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차가 막히더군요.
천호대교 남단에서 북단으로 진입하는 샛길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따가운 햇빛 때문이었는지, 허기가 져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잠깐 시선을 딴데 돌린 순간.
앞차를 쿵. 박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런.젠장.
거의 멈추다 가다 하는 속도였기때문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어쨌든 생애 첫 접촉사고였기에 전 너무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요.
앞의 차량은 공사트럭이었는데, 뒷 범퍼가 약간 휘어졌더군요.
운전자는 현장감독정도 되보이는 중년남자였고,
바빠죽겠는데,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운전자는 얼마전에도 아줌마가 들이받아 50만원 주고 고쳤는데, 또 같은 곳이다. 이래서는 현장 못 뛴다.
수리 맡길 시간도 없다. 식으로 횡설수설을 하는데, 도대체 그가 나한테 뭘 원하는지,
돈을 원하는 건지, 그렇다면 얼마인지도 말을 안하니 답답할밖에요.
가장 먼저 떠오른 K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운전자와 통화를 한 K군은 그가 웃기는 소리를 한다며, 그냥 보험처리를 하라더군요.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고, 얼마뒤 직원이 도착했습니다.
양쪽 차량 사진을 찍은 뒤, 직원은 운전자에게 다가가 협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원하느냐, 얼마 줄꺼냐. 저 상태로는 현장 못간다.
회사 옆에 정비소 있는데, 거기에 넣겠다. 무슨 소리냐. 저거 탁 치면 되는 상태다.

50만원 이하의 견적의 경우, 그냥 합의보는 것이 좋다고 들었지만,
보험료도 20만원 내외이고, 할증이 붙는다고 해도 별 차이 없을 것 같아,
그냥 보험처리 하자고 했습니다. 사실, 실갱이를 하는 것도 싫고,
돈 뜯어내려고 쇼하는 운전자한테 돈 주기도 싫었어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기분을 착 가라앉게 만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얼굴은 트러블이 나서 엉망이죠, 낼 모레면 데리고 있던 직원이 나가기 때문에 매일매일 면접보는 것도 고역이었구요, 부서개편이 되어 L차장이 직속상관이 되는 바람에 업무량이 엄청 많아 졌거든요. 다음주부터 야근하기로 약속하고 주말을 쉬는건데,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나버린겁니다.

이런 일을 겪고보니,
참 마음이 거시기합니다.

몰랐는데, 사고 당시 근육이 놀랐는지
왼쪽 팔을 움직일 때마다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