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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

by iamlitmus 2007. 3. 26.
나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특정 종목을 빼놓고는 5분이상 지켜본 적이 없다. 더구나, 야구는 9회말까지 이어지는, 지루하고도 지루한 스포츠인지라 절대 사절이다. 그런 주제를 다룬 책이었기에 바로 손이 가지 않은 것은 당연했지만, 한겨레신문사를 믿고 읽기 시작하기는 했는데. 이거야말로 대박이라는 표현을 쓸 기회인 것이다. (웃겨도 너무 웃기다.)
제2의 성석제라는 비유를 써도 무방할 만큼, 글놀림이 심상치않은 박민규는 어느정도 자신의 처지를 소재로 삼아 이 책을 쓴 듯 싶다. 프로야구 개막이 된 시점에서, 인천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회원이 된 주인공은 전례없는 기록들을 달성해나가는, 외계에서 온 것이 분명한 삼미 슈퍼스타즈때문에 자신의 인생관까지 수정하게 된다. 인간에게는 소속이 중요하다는, 프로가 되어야만 한다는 일념하에 일류대생이 되고, 일류회사에 취업하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 되돌아온것은 이혼과 실직이라는 어이없는 답이다. 자신과 함께 삼미 슈퍼스타즈 팬클럽 회원이었던 친구가 찾아온 것은 바로 이때였다.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실업이 40만에 육박하는 이때, 미취업자나 취업자 모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른 이보다 앞서야 하고, 뒤쳐지는 것은 바로 죽음과도 같다고 메아리치는 살벌한 사회에서, 작가는 엉뚱한 가설을 들이댄다. 왜 그래야 하는데? 왜 꼭 이겨야 하는데? '느리게 사는 법'류의 이야기가 아닌, 맞아.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말야. 라고 끄덕거리게 되는 것은 그만큼 나도 조급해하고 지쳐있었다는 증거가 되는걸까. 읽고나면 왠지 안심이 되는 고마운(?) 책이다. 이정도는 써줘야 성균관대 특기생 입학이 되도 이해가 된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