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수도꼭지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욕실에 들어섰을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세면대, 그리고 욕조 수도꼭지이다. 얼룩이 있거나 지저분하게 어지러져 있으면 나도 모르게 열심히 닦게 되고 만다. 양치질을 하면서도 슥삭, 손을 닦으면서도 슥삭, 물론 목욕을 하고 나서는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얼마전 매직블럭을 사서 제일 먼저 닦아본 것도 집안의 모든 수도꼭지였다. 힘차게 거품을 내어 닦아낸뒤 서서히 드러나는 알루미늄 고유의 광택을 보고 있노라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지인의 집에 가거나 식당에 가서도 제일 먼저 살펴보게 되는 것이 화장실 세면대와 주방 수도꼭지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 집안의 생활습관을 짐작할 수 있다. 샤워기는 제자리에, 수건은 똑같은 너비로 걸어두어야 하는 것은 기본!
p.s: 항상 회사 옷걸이에 코트를 걸어놓은 다음 그 위에 목도리를 걸쳐 놓는다. 다른 이가 그냥 얹어 놓은 것도 일일히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이건 옷걸이 결벽증일까.(식당이나 술집에서는 아무렇게나 내던져 놓으면서 이상하게 회사나 집에서는 그렇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