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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입추

by iamlitmus 2024. 8. 9.

확실히 느껴졌다. 어제와 다른 습함을.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끈적임의 점도가 달랐다.

제습기를 틀었지만 어제와 다른 양의 물이 고였다. 

 

입추? 뭐래.

무시했었는데, 습자지 정도의 얇은 차이지만 뭔가 달라졌다. 

 

처서 정도는 되어야 느낌이 확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성급하게 박대한 것 같아 살짝 무안하다. 

 

습도와 온도가 내려가니 이제서야 제 정신이 들기 시작한다. 

글씨도 잘 써지고, 계획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안정적이다. 

엄마도 생각나고, 미래 계획을 생각할 여유도 생긴다. 

 

나의 노후는

도서관 근처에서 살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서 보내는 것이다.

점심먹으러 집에 잠깐 갔다가 다시 도서관가고.

저녁에는 빌린 책 읽다가 자고.

 

더울 때는 시원한 나라 가서 살고 (베트남 달랏)

추울 때는 더운 나라 가서 살다오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그 나라 언어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미쳤고

간단한 회화 정도는 하려면 그 지역의 어학코스를 밟아 보는게 좋을 것 같아 또 알아보고

하루 3시간 강의 듣고 나면 시간이 좀 남으니 남은 시간에는 요가를 배우자.해서 또 알아보고

외국에서 매일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영상으로 남겨 놓자 싶어(미대오빠가 고프로를 사준지가 언제인데) 영상 편집을 또 알아보다

갑자기 생각을 많이 하니 뇌가 과열되어 열이 뻗치고, 에너지가 방전되어 지쳐 나가 떨어진다. 

 

맹꽁이도 아니고

맨날 이짓을 반복한다.

 

미대오빠 어머님이 이젠 김치 담그기 힘들어서 사먹어야 겠다고 하자

신라호텔에서 만든 김치를 주문했다는 말을 들으며 속으로 혀를 찼다.

이틀에 한 번씩 김치를 담그는 엄마가 생각났다. 

 

맛 좀 보게 조금만 가져와봐. 했더니 그게 얼마나 된다고 가져오라고 하냐며 타박을 한다. 

울엄마가 담근 김치는 그렇게 잘 먹으면서.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마음의 어긋장이 난다. 

 

꼴보기 싫을 때는 안보는게 상책.

오늘 오후 반차를 내고 본가에 가서 밥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