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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열정과 불안[조선희]

by iamlitmus 2007. 3. 26.
씨네21 편집장을 그만 둔 뒤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 글은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토해낸다'라는 표현을 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는 후련함을 토로한다.
주인공은 어렸을적 자신을 구하려다 죽은 사촌형에 대한 죄의식을 갖고 사는 30대 중반의 사내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뒤늦게서야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그는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위한 열정에 얽매여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불분명한 불안을 갖게 된다. (읽고 나서야 2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
2편은 주인공의 친구, 정신과의사인 인호라는 여성의 시각에서 씌여졌다.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를 통해 자신의 불행한 유년시절을 투영하고 상처받은 인생의 방관자이고 싶은 그녀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그렸다. 전문적인 정신학적 지식을 차용함으로서 보다 쉽게 복잡한 현실을 설명하고자 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내기위한 성급함과 우연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어차피 사람사는 것은 다 그렇고 그런것이 아니겠는가하는 자조적인 느낌을 드러내지 않아 다행이다.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우지 않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얻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어법을 구사한다. 반면, 화자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적화법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숙한 느낌을 주는 진행구도 또한 매끄럽지 못하다. 하지만, 중년의 막막한 불안감과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을 서술해내는 솜씨는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임을 의심치 못하게 한다. 많은 가능성과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작가의 신고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