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출생한 임레 케르테스는 15세때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이듬해 석방되었다. 이곳에서의 체험을 다룬 '운명'에 이어 '좌절',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를 통해 3부작을 완성했다.
노동수용소로 떠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소년은 배웅하기위해 모인 어른들의 불안한 표정과 어색한 몸짓에 의아심을 느낀다. 왜 자신이 노란별을 달고 다녀야 하는지, 왜 허가증이 없으면 도시를 나갈수 없는지에 대해서 말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날 이후, 소년 또한 벽돌공장으로 강제부역을 나가게 되고, 출근하던 어느날,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수용소의 잔혹하고 참담한 생활은 희망은 커녕, 비참하게 변해가는 자기자신 조차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 버린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다리를 다친 소년은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열악한 환경과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그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 뿐이다.
연합군의 승리로 인해 집에 돌아온 그에게 사람들은 어서 빨리 잊으라고 말하지만, 소년은 그 사람들을 이해할수 없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이이상 깊은 상처는 없는데,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하라고 말하는 것일까. 남겨진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런 감정을 자극하는 소년에게 화를 낸다. 운명이란 조그만 조각들이 모여 이루어진 형태라고 생각하는 소년은 수용소의 생활또한 그 조각들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그것을 빼놓고는 자신의 운명은 더이상 나아갈수 없다고. 그러나, 그들에게 그것을 이해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그는 어머니가 바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소년에게 '끔찍한 일'에 대해서만 묻지만, 그는 말할수 있다.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서. 물론, 그가 기억할 수 있을때까지지만.
'허리의 염증 부위가 갑자기 근질거려 종이 붕대를 들쳐서 가만히 살펴보았더니 거기에 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내 살을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약간 참고 기다리면서 이를 털어내고, 끄집어내고, 추려내고,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승산 없는 싸움은 없고, 이렇게 끈질기고 파렴치한 저항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수 있다. 얼마 뒤 나는 싸움을 포기하고, 이제 이들이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들의 우글거림, 식성, 탐욕, 그리고 저 거칠 것 없는 행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노동수용소로 떠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소년은 배웅하기위해 모인 어른들의 불안한 표정과 어색한 몸짓에 의아심을 느낀다. 왜 자신이 노란별을 달고 다녀야 하는지, 왜 허가증이 없으면 도시를 나갈수 없는지에 대해서 말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날 이후, 소년 또한 벽돌공장으로 강제부역을 나가게 되고, 출근하던 어느날,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수용소의 잔혹하고 참담한 생활은 희망은 커녕, 비참하게 변해가는 자기자신 조차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 버린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다리를 다친 소년은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열악한 환경과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그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 뿐이다.
연합군의 승리로 인해 집에 돌아온 그에게 사람들은 어서 빨리 잊으라고 말하지만, 소년은 그 사람들을 이해할수 없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이이상 깊은 상처는 없는데,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하라고 말하는 것일까. 남겨진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런 감정을 자극하는 소년에게 화를 낸다. 운명이란 조그만 조각들이 모여 이루어진 형태라고 생각하는 소년은 수용소의 생활또한 그 조각들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그것을 빼놓고는 자신의 운명은 더이상 나아갈수 없다고. 그러나, 그들에게 그것을 이해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그는 어머니가 바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소년에게 '끔찍한 일'에 대해서만 묻지만, 그는 말할수 있다.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서. 물론, 그가 기억할 수 있을때까지지만.
'허리의 염증 부위가 갑자기 근질거려 종이 붕대를 들쳐서 가만히 살펴보았더니 거기에 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내 살을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약간 참고 기다리면서 이를 털어내고, 끄집어내고, 추려내고,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승산 없는 싸움은 없고, 이렇게 끈질기고 파렴치한 저항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수 있다. 얼마 뒤 나는 싸움을 포기하고, 이제 이들이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들의 우글거림, 식성, 탐욕, 그리고 저 거칠 것 없는 행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