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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이미 늦었는데

by iamlitmus 2019. 6. 19.

어렸을 적 부모님은 장사를 하셨다.

선하지만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엄마는 독하고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살림을 맡는 것은 당연했고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덕분에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좋게 말하면 독립적인 성격이라는 것이 형성되었다. 

 

많은 세월이 지났고, 엄마는 나이가 드셨고, 자식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자식들은 이미 장성했지만,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만 대했다.

그녀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한정적이었고, 이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들려 지겹게 다가왔다.

 

아침에도 엄마에게 냉정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상황을 반복하는 그녀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우울하다.

 

부모님이 고기를 먹고 싶다하면 허벅지를 잘라 굽고도 남을 정도로 효자인 남친은 이런 나를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무조건 받아들이라고만 하는 그의 말에 서운하면서도 그나마 이런 말을 해주는 이는 그밖에 없다 싶다.

근데, 이 인간 나중에 결혼해서도 내 편은 단 1도 안들어 줄 위인인데, 그때는 재수없어서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