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단
KT로부터 엄마의 휴대폰을 2G에서 3G로 바꿔준다는 전단지가 도착했다.
몇 개의 모델 중에 아이폰4 모델이 있는 것을 보고 KT월곡지사 제태선 과장과 상담을 시작했다.
일주일동안 수차례의 통화를 통해 얻어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아이폰4 32G에 아이폰 평생요금제 3만원짜리를 쓸 경우,
2년동안 월 6,600원의 사용요금 할인
단말기 부담금 1만7천원.
(16G일 경우, 단말기 대금이 무료지만, 추후 팔 것을 대비해 중고시장에서 인기있는 32G로 결정)
현재 사용하고 있는 내 아이폰4를 해지하여 공기계로 판매 후
위 기기로 갈아탄다는 계획이 섰다.
당장은 몇 만원의 손해가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요금이나 단말기대금면에서 이득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몹시 흐뭇해 함.
2. 전개
사진을 찍어 중고나라에 공기계 판매 게시물을 올린 후
몇 번의 찔러보기 거래전화가 걸려왔으나,
리퍼폰이라는 조건때문인지 불발에 그치기를 거듭하다.
심지어, 중국으로 수출한다는 누군가를 위해 컨트리락을 해지하려는 시도까지 함.
리퍼폰은 나쁜 것이 아니여요.
저도 써보니까 더 좋더라구요.
식의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결국, 대구에 사는 구매자에게 낙찰.
입금확인 후 KT 월곡지사로 향함.
담당자에게 전화하니,
마침 자기가 휴가지만, 다른 담당자에게 말해 놓겠다는 친절한 답변에
비 철철 맞으며 스쿠터 타고 월곡지사로 향함.
3. 위기
다른 담당자와 만나, 이러저러한 절차를 밟는데, 갑자기 엄한 소리를 한다.
/단말기 대금이 94만원이시구요.
삐뽀삐보. 경보1단계.
/네? 제가 듣기로는 매월 1만7천원이라고 들었는데요.
/아닌데..여기 단말기에는 그렇게 안 찍혀요.
/전 신규가입이 아니라 3G전환이거든요. 요금제도 다르구요.
/음..제가 담당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네요. 전화해볼께요.
통화가 된 담당자는 그럴리 없다며 다시 전화를 주기로 했다.
잠시 후,
그녀는...
그녀는...
내게 말했다.
/고객님. 제가 뭔가 잘못 알고 있었나봐요. 죄송해요.
/........................................
우르르르. 경보3단계. 점프.
/뭐라구요? 지금 그게 지금 상황에서 할 말이예요?
/그럼 어떻해요.
그럼 어떻해요.
그럼 어떻해요.
(eco..eco..eco..)
/그러니까, 방안을 내놔야죠. 지금 이런 상황이 된게 제 탓이예요?
/네.
경보 6단계. 점점프. 눈깔 돌아가기 시작.
/.................그게 제 탓이라구요? 지금 그렇게 말한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됐구요. 전 윗선이랑 이야기할겁니다. 여기 팀장 누구예요?
잠시후 넓디넓은 사무실 끄트머리로 안내되었고,
전형적인 시청 공무원 아저씨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4. 절정
자. 지금부터 제가 하는 설명 잘 들으세요.
(그리고는, 공대 출신답게 일단, 가로 세로 줄을 긋고,
경우에 따른 복잡다난한 요금제와 지원금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3G로 전환하기 위해 제태선과장에게 상담을 받았고,
그에 따라 제 전화기를 이미 판매했고, 입금까지 확인했고,
여기에서 새로 폰을 개통하고, 공기계가 된 전화기를 오늘 부쳐줘야 하는 상황인데,
와보니, 자기가 잘못 알았다며 죄송하다고 하고, 대책도 없고,
잘못 안것도 제 탓이라고 하는데,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네. 이봐. 김과장. 여기 와서 설명 좀 들어봐.
이런 십장생같은 경우가 있나.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팀장이고, 과장인건가.
어쨌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일에만 열중하고 있던 김과장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내 옆에 앉았다.
/다 들으셨죠? 자. 설명해보세요.
/그게..평생 요금제는 가입이 안되구요. 지원금도 그렇게 안나가요. 제가 안된다고 분명 말했는데..참..
경보 7단계. 진상 미사일 장착 완료.
/전 그런 이야기 듣고 싶지 않구요. 뭔가 대책을 제시하라구요.
/그러니까..고객님. 그냥 휴대폰 산 사람한테 연락해서 안판다고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다 원래상태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어머.
이 사람들 좀 봐.
어머.
이 사람들 좀 봐.
경보 10단계. 발사!!!!!!!!!!!!!!!!!!!!!!
지금 장난해요? 당신들이 일 다 저질러놓고 저보고 해결하라는거잖아요.
제가 혼자 한거예요? 한번 상담했으면 말을 안해. 일주일동안 몇 번을 통화하면서, 맞냐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휴대폰 사진 찍어서 중고시장에 팔고, 입금까지 받았는데, 그래서 지금 물건 보내줘야 하는데, 뭐라구요? 전화해서 안판다고 하라구요? 만약, 제가 못하겠다면요? 어쩌실건데요? 못해요. 안해요. KT직원이면 당연히 자사 정책을 알고 있어야지. 어디서 고객한테 뒤치닥거리를 하라는 소리를 해요. 뭐라구요? 왜 소리를 지르냐구요?
그럼 내가 지금 소리 안지르게 생겼어요? 나도 좋아서 지금 진상떠는줄 알아요? 그동안 내가 들인 시간과 뻘짓은 어떻게 보상해줄건데요.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다예요? 다시 원래대로 돌리면 문제가 없다구요? 제태선 과장 오라고 해요. 이런 상황에 무슨 휴가야. 일을 저지른 당사자가 와서 해결하라고 하세요. 팀장님이나 다른 사람이 저한테 이렇게 욕먹을 필요가 없잖아요. 안그래요?
5. 결말
다행히 목소리를 떨지도, 말도 더듬지 않았다.
이 순간, 난 정말 모태진상인가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케네기홀에서 넬라 환타지라도 열창한 듯 속이 후련했다.
결론은,
아이폰4 32G에 4만5천원 요금제를 쓰는 대신, 기기값은 전액지원.
퐁퐁2개 선물셋트와 각종 보호필름, 보조배터리, 폰케이스가 든 쇼핑백을 들고 나섰다.
(KT월곡지사가 이용하는 택배서비스를 통해 물건 발송. 택배비 굳었다.)
6. 에필로그
모르는 번호가 뜬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곧 2G 서비스가 종료되기 때문에 3G로 전환해드리는 서비스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씨발.
아주.
아름답다.
아름다워.
/지금 제 고객정보를 보고 연락 주시는건가요?
/당연하죠. 고객님.
/.....흠..그래요? 거기에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폰이 뭘로 나오나요?
/네? 왜 그러시는데요? 그냥 3G로 바꿔 드린다구요.
/제가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나요?
/동의하시고, 다음날이면 새 폰을 갖다 드립니다.
/그럼 바로 바꿔 주세요. 근데, 전산이 아니라, 프린트 보고 전화한거 아닌가요?
/...아니, 왜..음..제가 확인하고 다시 전화드릴께요.
당연히 연락이 안온다.
KT. 정말 대단한 기업이다.
To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