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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참견도 병이라

by iamlitmus 2011. 4. 21.
도서관에 갔다가 집 근처 학교 담벼락에 쏟아질 듯 피어있는 개나리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할머니 두 분이 길가에 심어져있는 나무의 새순을 뜯어 검은 봉지에 열심히 담고 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가 초토화되어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진다.

/지금 뭐 뜯으시는거예요?
/호호호..나 이러다가 한의사 되겠네. 오늘도 몇 번이나 설명했는지 몰라. 웃닢이라는 거야.
그 와중에도 야무지게 잡아뜯어 넣는 봉지를 보니 이미 한가득이다.
/이거 좋은거예요?
/한약재로도 쓰이고, 달여 먹으면 항암치료에도 효과가 있어.
할머니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 차있다.

/근데..이렇게 뜯어가도 괜찮아요? 이거 구청에서 심어놓은 거잖아요.
/아유..금방 다시 자라나. 여기 봐. 일부러 위에 다 잘라놨잖아.
그제서야,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경계심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그래도..애들 꽃도 피우고..그래야 하는거 아닌가..
/이거 꽃 안펴. 그냥 잎만 나와. 이렇게 솎아줘야 더 튼튼해지는거야.
이젠 귀찮다는 기색을 숨기지도 않고 대꾸한다.
/이제 그만해야 겠다. 그거 좀 했다고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