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홧김에 염산을 들이부어 장님이 된 엄마.
그런 엄마한테 술값 얻어다 마시기만 하는 아버지.
4년째 고등학교에 다니는 나.
실수로 자신의 아이를 갖게 된 간질병 여자.
뭐. 있을 수 있는 모든 막장을 끌어모아 만든 청춘예찬.
보고 나면 심란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했다.
아마도 내 마음과 그닥 다를 바 없구나.라서 였을까.
종연을 앞두고, 모든 좌석 매진.
심지어, 방석깔고 앉는 임시석까지도 완판.
윤제문을 보고 싶었으나 다른 배우가 나왔다.
예전에는 박해일이 아들 역할을 맡기도 했다던데.
공연 시작 전,
한 고등학생이 내 옆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거기 자리 있어요?
라고 삐딱하게 묻길래,
한참 지인과 대화를 하고 있던 나는 약간 빈정이 상해서
/모르겠는데요.
라고 차갑게 대꾸했다.
근데, 그 인간이 갑자기 무대로 가서는 가방을 홱 던지더니 주저앉는다.
아. 저 진상은 또 뭐냐. 누가 잡아 끌어내야 하는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주인공이었다.
내가 본 공연 배우들. 여자배우는 다른 사람 이었다.
윤제문은 영화도 다 찍고 해서 나올 줄 알았는데..
박해일 공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