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껍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류의 사건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몇 명을 죽이고도 살인자의 인권이 요구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중국식 단죄가 허용되지 않는 허울좋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다보면 며느리만 벙어리, 귀머거리 몇 년씩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복창 터져서 죽느니 차라리 안보고 말지.식으로 대부분 총총 걸음을 옮기고 만다.
여고생 살인사건 등 재미로 납치와 폭행을 하고, 살인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법의 심판을 피하고, 오히려 미디어의 스타가 되는 아이러니를 지켜보는 발화염력자인 준코는 직접 그들을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시체만 까맣게 타버린 사건은 조직내의 다툼으로 마무리되고, 준코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된다. 정기적으로 힘을 방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녀는 한밤중에 폐공장을 찾게 되고, 우연히 납치사건에 연루된 한 무리의 젊은이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격투끝에 도망친 리더를 잡기 위해 연이어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이는 경찰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준코를 주목하는 또 하나의 시선, '가디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매해 일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작가 1위를 놓치지 않는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주로 다루고 있다. 강대국의 이면에 감춰진 일그러진 사회상(정치적 부패, 청소년문제, 극단적인 범죄 등)을 객관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서술로 그려내어 현대사회가 지닌 양면성에 대한 심각성을 진지하게 토로한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양분하여 비판하고 파헤치는 것이 아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시선을 가져야만 하는지 독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순식간에 2권까지 읽어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그녀만의 소박한 말솜씨 또한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