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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by iamlitmus 2007. 3. 26.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전문 PD라는, 나름 유유자적한 직업을 가지고서 게으름을 벗삼아 살던 타네씨에게 만성 소화불량 얼굴을 가진 변호사가 찾아온다. 먼 친척인 게이삼촌이 그에게 대저택을 물려주었다고 한다. 게이 애인에게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를 물려주었다는 것이 살짝 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저택이 어디인가 싶어 덜컥 싸인을 하고만 타네씨. 바로 지옥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이다.

눈 앞에 서 있는 '대저택'은 말 그대로 흉가수준이다. 공사판 인부들은 가을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이고, 어마어마한 견적을 요구한다. 타네씨, 직접 인부들을 고르고, 집수리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바로 지옥의 용광로가 그의 머리 위로 쏟아지기 직전의 상황이다. 이후 그가 만난 '노가다'는 하나같이 그의 인생을 망쳐놓기 위해 태어난 인물들 뿐이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거짓말과 농땡이 치는 것일 뿐인 2인조 지붕 수리공(타네씨는 아직도 그의 소중한 연장들을 훔쳐간 범인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일터를 자신만의 성지로 만들어 시도때도없이 기도만 하는 러시아 배선공(그는 거실 스위치를 현관에, 욕실 스위치를 주방에 연결시켜 놓는 등 타네씨의 기억력 테스트에 일조를 했다.), 착한 것만 빼놓고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수도공 코티 등 매일매일이 악몽같은 나날이 계속된다.

타네씨는 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닌, '친해질'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간신히 생태계에 녹아들려는 찰라의 집을 깨워 자신의 소용에 맞게 고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심과 희생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프랑스 작가 답지 않은 쉬운 표현과 직접적인 위트가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굉장히 얇다. 서점에 가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