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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파리 도착

by iamlitmus 2007. 12. 11.

이상한 여자와 계속 대화를 나누다가는 벌컥 성질을 낼 것 같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민박집이 좀 이상한 것이 아침밥도 안주고, 어떻게 된 것이 주인이 손님보다 늦게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다들 잠든 숙소를 나와 중앙역으로 가서 말펜사행 공항버스를 탔습니다.(6유로) -> 저 정말 길 잘 찾아 다니지 않습니까?

제가 예약한 이지젯은 저가 항공으로, 좌석배정이 없이 선착순으로 자리에 앉는 시스템입니다. 스피드보딩이라고해서 먼저 들어가는 대신 돈을 따로 받는데, 뭐,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애요. 웃긴건 11시30분 출발 비행기인데, 그 시간에 그 비행기가 들어오는게 보이고, 사람들이 내리고, 짐을 옮기고, 다시 짐을 싣고 하는 겁니다. 결국 1시간 뒤에 출발할 수 있었어요. 오후 1시 30분 경 파리 드골 공항 도착!

비 옵니다. 왜 내가 가는 도시마다 비가 오는 걸까요. 그리고는 꼭 떠날 때는 화창해져요. RER이라는 교외선을 타고(8.2유로) 파리 시내의 북역으로 향했습니다. 이 곳에서 다시 5호선을 갈아타고, 숙소로 갔지요. 파리 지하철 우울하다는 것은 일찌기 알고 있었지만, 이야..흑인들 많네요. 70%가 어두운 컬러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 인색한 파리 지하철. 18.5킬로 트렁크에 커다란 쇼핑백에 크로스백 들고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돌아버리겠습니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웬 청천벽력. 수도관이 고장나서 다른 민박집으로 옮기라는 겁니다. 며칠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어서 기침할 때마다 목과 가슴이 찢어질 것 같고, 머리가 띵해서 가누기도 힘든 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까 한국에 두고 왔던 성질머리가 재빨리 나타났습니다.
/진짜 이러시면 곤란해요. 저 이런 식으로 계획 바뀌는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그러게. 어쩌나. 사정이 그렇게 됐네.
/말도 안돼요. 저 오늘 외출 안하고 쉬려고 했다구요.
/그럼..1인실 줄 테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옮기는 걸로 해요.

해서, 1인실 떡 차지하고 들어 갔습니다. 그래봐야 팔 뻗으면 양쪽벽에 손이 닫을 만큼 좁고, 욕실은 그거 절반이지만, 아..오랜만에 혼자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노트북만 멀쩡했으면 얼마나 좋아. 맥북은 여전히 사망중. 근처 슈퍼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와인 싼 것 좀 봐. 프랑스 와인이 사방에 널려 있었지만, 미니 베일리스와 해바라기씨만 사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원샷해주시고, 푹 자고 나면 내일 다시 쌩쌩해질거예요.

p.s: 저녁메뉴는 제육볶음이었어요. 급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