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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파리 - 아프다.

by iamlitmus 2007. 12. 12.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민박집으로 데려다 줄 기미가 안보이길래, 인터넷으로 급검색하여, 체리하우스라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역과 좀 떨어져서 그렇지, 시설이라던지 사람들은 괜찮아 보입니다. 문제는 주인댁에 간난쟁이가 있는데, 어찌나 목청이 좋은지 바로 귀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들립니다. 너 자꾸 그러면 감기 옮겨 버린다.~~~

짐을 풀고 나니, 몸 상태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얻은 약을 먹고, 잠시 침대에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는데, 눈을 떠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파리에서 보내는 둘째 날인데, 이렇게 흘려 보낼 수는 없다싶어,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버스를 타고 오페라지구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내려 조금 걷다보니 길을 잃어버린겁니다. 저만치 에펠탑이 보이기는 하는데, 야경이고 나발이고, 죽겠는겁니다. 비는 부슬부슬 오지, 몸은 천근만근이지, 머리 속에서는 누군가가 계속 종을 쳐대는 것 마냥 둥둥 울려댑니다. 지하철역을 찾아야해. 메트로. 메트로. 간신히 찾아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완전 K.O.

열에 들떠 헛소리를 한다고 그러잖아요. 진짜 제가 헛소리하는 소리에 잠이 깨더라니까요. 민박집 주인은 병원에 가봐야 할 거 같다며, 걱정하는데, 그냥 약을 챙겨 먹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너무 추웠는데, 약기운이 도는지, 나중에는 땀이 뻘뻘 나더군요. 아고. 조금 정신이 든 상태예요. 지금.

그 와중에도 아까 갭에서 본 코트가 계속 떠오릅니다. 문제는 무거워서 갖고 갈 수가 없어요. 지금도 짐이 한가득인데, 어쩌라고. 세포라라는 향수 전문점에서 맡은 톰포트 향수도 맘에 듭니다. 그런데, 가격이 싸지 않습니다. 면세점도 마찬가지구요. 우리나라 면세점 만큼 화장품이 싼 나라도 없을 거예요.

어쨌든, 본의 아니게 파리에서 안방마님처럼 누워서 이틀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 아침에는 괜찮아져야 할텐데. 약 한번 더 먹어야겠어요. 아. 그리워라. 나의 옥장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