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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행복한 고민

by iamlitmus 2007. 3. 26.
지하철 건너편 의자에 한 중년부부가 앉아 있었다. 샴 쌍둥이처럼 꼭 붙어 앉아 손을 꼭 붙잡고 소곤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한참동안이나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로 예뻐보였다.
언젠가 버스에서도 그러한 노부부를 본 적이 있다. 앞뒤로 앉는 좌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사람은 뒤로, 한사람은 그 내민 손을 잡고 있었다.
어린것들이 부둥켜안고 서로의 눈을 뚫어질 듯 응시하며 종알거리는 모습은 꼴도 보기싫은데, 몇십년을 같이 보낸 이들의 은근한 애정표현은 왜 이리도 가슴을 쥐어 뜯는지 모르겠다.

강력한 월드컵 우승 후보인 브라질과 잉글랜드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또한, 엄마와 아빠의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당신, 감자 쪄 줄까?
/그거 좋지.
/과일쥬스도 갈아줄까?
/그것두 좋지.
곧바로 감자 한바구니와 생 과일쥬스가 대령되었다.

/우리..이번 주말에 한강 가서 불꽃 놀이 보러 갈까?
/그래. 김밥도 싸고, 냉커피도 타가지구서..일찌감치 자리잡고 놀자구.
/유람선에서 보는 것도 멋질거야. 그거 한번 타볼까?

그제서야 엄마는 소파에 길게 누워있던 내가 눈에 띄었나보다.
/너두 갈래?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다시 부부만의 대화가 시작된다.

/스페인전에서 이겨야 할텐데 말야.
/이탈리아보다 못한 팀이라며..아유..이기면 얼마나 좋을까.
이어서 각 팀의 전력과 특징들에 대한 그들만의 해설이 이어졌다.
신문선, 차범근..저리가라다.

/조용히 좀 해봐. 해설이 안 들리잖아. 그리구..앞에 앉아서 가리지 마. 안보여.
/저저.. 엄마가 이야기 하는데 말버릇 봐라.
/그러게 말야. 지가 언제부터 축구 팬이었다구.

부모님 사이가 너무 좋아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