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펌을 하고 싶다면

2년 넘게 히피펌을 하고 있다. 한번 하면 6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는데 별도 머리 손질을 하지 않고 질끈 묶어만 주면 되니 이보다 편한 파마가 없는 것 같다. 모든 미용실이 히피펌을 하는 것은 아니고 비용도 꽤 비싸지만 찾다보면 의외의 장소에서 히피펌의 성지를 만나기도 한다.

히피펌의 원조라면 합정역의 삥아저씨 미용실인데 1인 미용실이다보니 철저하게 예약제이고 약 30만원 정도라고 한다. 부담스럽다. 그러다 찾아낸 가든미용실은 의자 2개짜리에 사장님 한 분이 운영하는 말 그대로 우리동네 미용실이다. 짧은 머리는 8-9만원대, 어깨길이는 11만원정도인데, 긴 머리인 경우 13만원에 시술받을 수 있다. 동네미용실 치고는 비용이 있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 사장님이 엄청 꼼꼼하신 편이라 촘촘하게 말아주시기 때문에 보통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든미용실 : 네이버

유투버 원지님때문에 유명해진 노랑머리 미용실은 긴머리도 4만원에 히피펌을 할 수 있다. 수, 토, 일은 쉬고 9:30분 오픈한다. 이곳도 1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데 정말 손이 빠르시다. 가든미용실보다는 머리양을 많이 잡아서 말고 뿌리까지 웨이브가 잡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웨이브가 엄청 탱글하게 나온다. 4만원이 어디야. 머릿결이 상하지 않게 계란 흰자를 섞어 주고 약도 새들때문에 독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음악을 좋아하시는지 스피커로 계속 음악을 틀어두시는데 휴게소에서 파는 테이프같은 음악(한 가수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모두 소화함)을 주구장창 들을 수 있다.

어떤 가수를 좋아하냐고 갑자기 물으셔서 세대를 맞춰야 하나 싶어 최백호라고 말해버림. (조용필도 좋아하는데..) 잠시 침묵 후 요즘 가수는 누굴 좋아하냐고 재차 물으시는데 이승환, 김동률 등을 떠올리는 찰라 임영웅, 영탁은 안좋아햐냐고 물으셔서 놀랐다. 단 1도 안좋아하는데. 제가 트로트는 안좋아해서요.라고 답하자 그 다음부터는 말을 걸지 않으셨다.

2살짜리 새 2마리를 놓아 기르시는데 그애들때문에 에어컨도 세게 안트시는것 같아 좀 더웠다. (알을 안낳는 것을 보면 같은 종이 아닌 것 같다고. 새들은 비슷해보여도 같은 종이 아니면 절대 교미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몰랐네.) 한켠에는 미니 연못같은게 있어서 조그만 물고기들도 엄청 많다. 미용실 바로 앞에 카페가 있길래 수건을 만 채로 카페라떼와 스콘을 포장했다. 커피 원두도 진짜 맛있고 이런 골목에 스콘 맛집이 있다니 놀랐다.

머리는 그냥 물만 묻힌다는 느낌으로 대충 감겨주고 드라이도 직접 해야 한다. 머리를 푼 직후 도저히 이 상태로는 전철을 탈 수 없어서 고무줄로 머리를 묶고 집에 왔다. 앞머리는 거의 흑인급 상태여서 아무리 쓸어내려도 스프링처럼 올라 붙는다. 미대오빠는 내 머리를 보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하아..어쩌지. 담주부터 출근인데.히피펌은 2-3일 동안은 엄청난 빠글거림때문에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감당이 안되는데 점차 길이 들고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 주의할 점은 머리가 젖어 있을 때 수분로션이나 크림을 발라줘야 한다. 워낙 손상도가 심한 파마이기도 하고, 제품을 바르지 않으면 순식간에 부풀어올라 헤그리드가 된다. 그래도 올해는 이 머리로 끝.

2달 지난 후기 : 확실히 헤어 손상도가 장난이 아니다. 머리를 감은 후 헤어크림이나 수분크림을 넉넉하게 바르지 않으면 담날 아침에 커다란 새둥지가 지어진다.

아이엠카페 : 네이버

노랑머리미용실 : 네이버

파마 직후에는 케니지, 시간이 지나면 가수 현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