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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 아니다 엄마와 크게 싸웠다. /잘났다. /칭찬해줘서 고마워. 바로 엄마딸이야. 모방송국의 아이성격고치기 프로그램을 보면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나의 부모님은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생각해봤다. 읽는 것을 좋아하고, 집중력이 높으며, 잡기에 능하고, 성실한 성격은 아버지의 영향이다. 유머러스하고, 친화력이 높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고, 올곧은 성격은 어머니의 영향이다. 귀가 얇고, 쉽게 싫증을 내며, 즉흥적이고, 참을성이 없고,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외곬수적인 성격은 아버지의 영향이다. 쉽게 흥분하고, 매정하고, 무조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비아냥거림의 달인이며, 싫고 좋음이 지나치게 분명한 성격은 어머니의 영향이다. 내 탓이 아니다. 진짜다. 2007. 3. 26.
기묘한 이야기 초등학교 동창인 S는 그녀와 내가 중학생이었을때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 뭘 해먹으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한껏 달궈진 후라이팬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기름을 들이붓는 바람에 기름이 튀었고, 그 바람에 뜨거워진 후라이팬을 떨어뜨렸고, 엎질러진 기름에 불이 붙었고, 그래서 부엌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고, 여차저차해서 죽었다. S의 엄마와 친구사이이기도 했던 엄마는 그 사고를 전해주면서 눈물지었지만, 나는 그저 아.저런.정도의 반응만 보였었던 것 같다. 한달에 한 번 있는 수영시간을 위해 수영복을 빌리러 왔던 S가 기억난다. 그 당시에는 꽃술이 잔뜩 달려있는 수영모가 인기였지만, 엄마는 제일 저렴하다는 이유로 끈이 달린 노란색 비닐모자와 지금도 못입을 것 같은 빨간색 성인용 비키니를 사주었다. 그나마도 없었던 S에.. 2007. 3. 26.
소심해씨의 용기 소심해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에 눈을 떴다. 원래대로라면 출근을 해야 했지만 휴가를 받은 터라 잠시동안 자리에 누워 느긋한 기분을 즐기기로 했다. 주방에서는 아내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뭐할까?" 큰 소리로 아내에게 말을 걸었으나, 아내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한 번 더 말할까 하다 이내 그만둔다. 어쨌든 시간은 많으니까. 그는 다른 한 쪽으로 돌아누웠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점점 더 말똥해질 뿐이다. 느릿느릿 일어나 안방을 나서며 흘낏 마루를 보니 딸아이가 자고 있다. 열대야때문에 온 식구가 마루에서 잠드는 때가 많은 요즘이다. 온 식구라고 해봐야 자신과 아내, 딸뿐이다. "여보, 우리 산이나 갈까?" 주섬주섬 양말을 꺼내 신으며 아내의 대답을 기다렸으나 아내는 여전히 .. 2007. 3. 26.
질렀다. 맥북 질렀다. 맥북. 이젠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뭘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