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마지막으로 오빠가 명예퇴직을 한다. 평생 단 하루도 쉬지 않고 30년을 일했다. 맞벌이가 필요한 살림살이였지만 집에 왔을 때 자신을 반겨주고 항상 아이들을 돌봐 줬으면 좋겠다는 니즈로 인해 평생 외벌이를 했다. 이는 부모님이 장사하느라 바빠 우리끼리 알아서 커야만 했었던 (암울한) 기억 때문이리라. 오빠는 부모님 대신 자신이 가장 노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공부도 잘했고 성격도 밝아 친구들도 많았지만 나한테만은 굉장히 엄했다.
정말 많이 맞았다. 울면 뭘 잘했다고 우냐며 더 혼났기 때문에 그때부터 울지 않는 결기가 생긴 것 같다. 맞을 만한 짓을 했을 거라던 엄마도 기타가 부서질 정도로 맞는 것을 본 이후로는 입을 다물었었지. 성인이 되고 나서는 맞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오빠가 올케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을 즈음인 것 같다. 여자라고는 나 같은 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정반대의 여성을 만나고 보니 여자는 때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 아닐까. 나중에 나이가 한참 들어 우리가 그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지만 삐뚤어지지 않고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거다.라며 오빠가 울컥했을 때 속으로는 네가 나를 그렇게 두들겨 팬 거는 생각 안 나느냐.라는 분함이 먼저 올라왔다.
쓰다 보니 감정이 격해졌네. 흠흠. 어쨌든 오빠가 곧 은퇴를 한다. 2년간의 비상근 계약직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그동안 기나긴 나머지 인생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는데 먼저 은퇴한 지인들이나 친구들의 상황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지라 더욱더 고민이 많아진 듯 보였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오빠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특히, 가족사랑이 깊은 사람인지라 기나긴 은퇴 생활은 당연히 가족과 함께라는 생각을 할 것 같은데 올케는 옷가게를 운영해야 하고, 조카들은 직장에 다녀야 하니 자칫 혼자라는 생각에 우울감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은퇴하면 치앙마이에 가서 어학도 배우며 살거라는 내게 오빠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왜 혼자가?
//왜 같이 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