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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갈팡질팡하다 이런 쪽팔림이 있을 줄 알았지

by iamlitmus 2024. 1. 14.

불경기는 IT계열도 마찬가지이다. 아니면, 이제 내 소용가치가 없어졌는지도. 지인들에게 몇 차례 연락을 돌리거나 잡코리아에서 이력서를 넣기만 해도 하루에도 몇 개씩 오퍼가 들어왔었는데 자리 하나를 놓고 수십 명이 지원한다거나 왠만하면 상황이 나아질때까지 버티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 지난 달 초에 그만 두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한 뒤로 다른 프로젝트를 찾아봤지만 왕복 4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이거나 단가 조건이 터무니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주, 피엠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의향을 묻겠다고 했지만, 자존심인지 뭐인지 모를 오기가 생겨 1월부로 그만 두겠다는 대답을 해버렸다. 그럼 다음주부터 새로운 인력이 출근할 테니 인수인계를 준비해달라는 답을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12월말에 철수해서 1월 초부터 출근할 곳이 있었지만 인수인계 기간을 3주 이상 잡아야 해서 1월 중순 경이나 가능하다고 하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다음 기회에'라는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미대오빠는 이참에 시간을 충분히 두고 쉬면서 엄마와 여행도 가고 하라는데, 언제쯤 일할 수 있을지 모르고 무작정 쉴 수도 있다는 상황이 닥칠 것 같아 너무나 불편하고 불안했다. 이럴 때 쓰려고 돈을 모은 것이지만 조금만 더, 올해까지만, 이번 프로젝트까지만 하면서 일하다보니 이젠 쉬는 것이 비정상처럼 느껴진다. 

 

몇 달만 더 참아보자.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만. 총선이 끝나면 뭔가 달라지겠지.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일단 내가 뱉은 말을 줏어 담아야했다. 피엠에게 은근슬쩍 말을 흘리면서 눈치를 주니 반색하는 표정이다. 그의 손에 승리의 깃발을 쥐어줬기에 어색한 웃음을 짓는 것은 나였다. 내 무덤을 내가 팠으니 흙탕물에 뒹굴어도 할 말은 없네. 

 

 

교보문고 이벤트에 당첨되서 시그니처 북향 디퓨저를 받았다. 교보문고가 나한테 뭐 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감동스럽다. 아까워서 못쓰고 고이 모셔두고 있다. 

The Scent of PAGE: 디퓨저 100ml 29,800원

 

 

매주 가계부를 정리하고 카드사 앱에도 이용내역이 나오기는 하지만, 항상 영수증을 받아 일력을 뜯어내 같이 보관한다. 23년도 일력을 한장씩 뒤집으며 영수증 내역을 살펴보는데 제일 눈에 띄는 것이 다이소, 코스트코, 커피, 빵집 이다. 특히, 코스트코는 한번 갈 때마다 2-30만원씩 써대고 있었다. 최근 코스트코 위스키에 맛이 들리는 바람에 거진 4만원 여를 결제하고 회원권을 연장한 나는 유죄다. (하지만, 특검은 거부합니다. 사실을 인정했으니까요.)

 

일력에는 한두줄 정도의 일기를 써놓기도 했는데, 십 년전에 했었던 고민과 똑같아서 구질구질하고 짜증이 났다.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던걸까. 매일 아침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영화처럼 나도 2023년을 그렇게 보냈던건가. 2024년도 운세를 봤는데 올해는 운이 지지리도 안좋으니 자리를 옮기지도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중간이라도 간다는 내용이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라 한다고 그럴 나도 아니고. 그래도 23년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좋았다. 일력을 사용하면 간단 일기도 쓸 수 있고, 영수증 정리도 할 수 있어서 추천한다. 

애용하는 민음사 일력.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