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의 발견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by iamlitmus 2021. 12. 16.

심윤경 작가의 데뷔작

굉장히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다. 어린 동구의 이야기였는데, 스토리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막판에 끅.끅 거릴 정도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후 심윤경 작가의 책이 나올 때마다 무조건 읽었었는데, 마찬가지로 스토리는 기억에 없다. 최근 '이설'이라는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데뷔작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참혹하다. 금쪽같은 외동 아들을 여우같은 며느리에게 빼앗긴 시어머지의 패악질과 그 사이에서 중재는 커녕 엄마를 두들겨패는 아버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만 같은 엄마를 가진 동구. 그리고, 이런 가족을 이어주던 여동생 영주의 이야기다. 어둡기만 한 유년시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빼앗긴 동구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나 참혹하고 막막하다.

 

작가의 문체는 굉장히 세심하면서도 조심스럽다. 절대 큰 소리를 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 같다. 너무나 기쁘거나 슬픈 장면에서도 절대 흔들림이 없다. 

 

오은영 선생님이라면 뭐라 했을까.

-할머니도 고된 시집살이를 겪으면서 나중에 며느리가 들어오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근데, 막상 며느리가 들어오고보니 아들이 힘들게 벌어온 돈을 막 쓰는 거 같고, 고분고분하지도 않고 자신을 무시하는거 같으니까 나중에는 미운 점만 보이지 않았을까요. 며느님이 당장은 진심이 아니더라도 어머니가 계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좀 더 잘할께요.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고 먼저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 까요. 물론, 시어머니는 쉽게 바뀌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더라도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아버님도 중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우셨을거예요. 자신만 바라보던 어머니 편을 들자니, 아내 눈치가 보이고, 아내 편을 들자니 어머니가 딱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내에게 손을 대신 거는 그 어떤 변명도 소용없어요. 100% 잘못하신겁니다. 두번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아셔야 해요. 두 사람 모두 양보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을 그들에게 주지시키셔야 합니다. 아버님도 나름 힘드신 부분이 있다는 점 압니다. 하지만, 가장이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누구의 편도 아닌, 아버님이 중심을 딱 잡아주셔야 해요. 

 

-할머님께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아들을 키웠는데, 손주라고 있는게 지 에미편만 들고, 글도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걸 보면 다 며느리가 잘못 들어와서 그런 것 같고 그러실거예요.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아셔야 하는게 아드님의 가족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할머님이 한발 물러서야 합니다. 며느님과 헤어지고 아들이 할머님하고만 살게 되면, 과연 아드님이 행복할까요? 가족이라는 게 그런겁니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밑바탕이 되어야 해요. 쉽지 않겠지만, 할머님이 노력하셔야 모두 행복해질 수 있어요. 

 

-동구는 동생도 너무 사랑하고 담임선생님도 정말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비록 난독증때문에 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워하지만 어른들이 조금씩 도와주시고 격려를 해주시면 점차 나아질거예요. 못한다고 윽박지르고 혼내기만 하면 절대 안됩니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기질을 가진 아이지만 어른들때문에 많은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입니다.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고 보듬어주던 담임선생님도 떠나고, 동생도 사고로 잃은 아이에게 아무도 따뜻한 손길을 주지 않았어요. 이 얼마나 가엾습니까. 저는 동구가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동구가 성장해서 가족을 꾸리게 될텐데 좋은 기억을 가진 채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