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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나의 왼발

by iamlitmus 2007. 3. 26.
아톰발같다. 내 왼발은.
복숭아뼈는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
수묵화처럼 서서히 시퍼런 물이 들고 있었다.

피를 뺐다.
능숙한 솜씨로 부황기같은 걸로 압력을 준뒤
무차별 침세례를 가하니 피가 왈칵..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에게..찔끔인거다.
그 옆에 다시 파바박..찔끔..
좀 더 옆에 파파박..찔..
너무 아파 저절로 몸이 뒤틀려졌다.

/이상하네. 물이 나와요.
/어? 정말..신기하네. 첨보는걸? 한번 더 해봐.
파바박..파바..바..박..
맨인블랙의 외계인이 된 기분이다.

참다 못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어? 아파요?
엄지로 꾹꾹 눌러가며 의사가 생글거린다.건반 치듯 그녀의 침 놓는 손이 부산하다.
/엄마랑 닮았네. 맞죠? 그 뚱뚱하신 분 딸?
엄마로부터 그녀에 대해 들은적이 있다. 동네 아주머니 딸인 그녀는 나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엿한 한의사 원장이었다. 강남에서 시아버지가 경영하는 한의원을 다닌다는 그녀의 남편도 한달에 천만원을 넘게 번다더라 하며 부러움 섞인 한숨을 쉬시던 엄마였다.

걷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침 한번 맞고 나면 이렇듯 멀쩡해지니 대단한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일주일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내일부터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엄마가 신신파스 붙이고 얼음찜질하면 충분히 나을거라며 다신 가지 말랜다.
동네장사 하면서 우라지게 비싸게 받는 것이 괘씸하댄다.(치료비가 3배 비싸다)
이것봐..하며 왼발을 보여주면 모두들 우와~하며 탄성을 내지르는 것에 재미들린 나로서는
당분간 겪어야할 불편함 따윈 안중에도 없고 좀더 극적인 모양새를 기대하는 어리석음에 빠져있다.

지금도..피를 뽑은 구멍에서는 쉴새없이 피가 솟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