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샘 레이미(이블데드, 그루지2, 메신저-죽은 자들의 경고)
출연: 별 매력없는 토비 맥과이어, 여전히 못생긴 커스틴 던스트, 토퍼 그레이스(내 생애 최고의 데이트에서 꽤 잘 생겼다고 생각했었다.)
설정 1. 못생긴 메리제인이 브로드웨이에서 설레는 첫 무대를 가졌으나 욕만 잔뜩 먹고 쫒겨나, 결국 재즈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설정 2. 스파이더맨은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 환호한다는 사실에 우쭐해하느라 여자친구 기분을 살필 틈이 없다.
설정 3. 혜성에서 기어나온 젤리괴물이 스파이더맨 집에 따라갔다.
설정 4. 도망치던 은행강도가 실험지역에 잘못 떨어져 모래인간으로 재탄생한다.
설정 5.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얍삽한 사진기자가 출연한다.
설정 6. 해리는 여전히 스파이더맨을 끝장내겠다는 복수심에 불타있다.
자. 스파이더맨3는 위와 같은 6가지 설정에서 시작한다.
개봉당시 워낙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지라, 스파이더맨3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땅짚고 헤엄치기와 다름 없었다. 뻔한 영웅주의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제작비의 결과물답게 관객의 눈을 홀리는데에 성공한 이 영화는 '캐러비안의 해적'이나 '밀양'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본전을 톡톡히 뽑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몇몇 거슬리는 장면이 있었으니, 가장 먼저 언급되는 부분으로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스파이더맨이 날아다니는 장면. 일장기 못지 않게 성조기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한국관객으로서는 재수없다는 느낌이 먼저였고, 약소국으로서의 분함이 그 뒤를 따랐을 것이다. 또한, 꽁꽁 묶인 스파이더맨이 샌드맨의 왕주먹세례를 받는 것을 보며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애통해하며 눈물짓는 장면은 놀고 있네.라는 배배 꼬인 비아냥거림을 일으켰다. 북미관객들은 스파이더맨이 앞머리를 내리고 재즈바에서 피아노를 치고, 사교댄스를 추는 타 영화의 패러디 장면을 가장 눈꼴사나운 부분으로 꼽았다지만, 개인적으로는 까만 고무옷을 입은 스파이더맨의 막 나가는 캐릭터가 딱 내 취향이었다.
다만, 해리를 흠씬 두들겨 패놓은 뒤, 얼굴마저도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주제에 혼자서는 싸우기 힘들다며 도와달라고 하는 피터의 당당함을 넘어선 뻔뻔함과 뒤늦게 오해를 한 것에 미안해하며 날아와서는 피터대신 죽기까지 하는 해리의 오버희생정신(그 와중에도 피터는 샌드맨과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누느라 해리를 살릴 타이밍을 놓쳤다.), 소음에 약한 우주생물의 최후('화성침공'에서 노래를 부르면 죽는 캐릭터에서 빌려온 아이템인걸까) 등은 억지라는 단어로는 모자란 배째라 식의 막가파적인 설정이었다.
용산 CGV에서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입구에서 미군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각 각 여자들을 부둥켜안고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아서일까. 현란하고 화려한 장면은 기억나지 않고, 쓰디쓴 뒷맛만이 남아버린 영화였다.
영화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