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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동경만경> 요시다 슈이치

by iamlitmus 2007. 3. 26.
부두하역 노동자와 전형적인 오피스걸과의 사랑. 우리나라에서 흔히 등장하는 재벌과 평범한 여자와의 사랑처럼 이들의 관계 또한 극명한(지나친 감이 없진 않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으니.) 신분차이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첫사랑에 대한 상처로 인해 새로운 관계를 위한 시작을 두려워 한다는 것. 해서, 육체적인 것을 우선으로 하고, 보다 중요한(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것또한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보면) 정신적 교감은 맘속 깊이 감춰둔채 끊임없는 오해와 어긋남을 반복한다는, 전형적인 드라마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이 작품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절찬리에(김용하가 반짝 출연했다 한다.)방영되었다.
요시다 슈이치의 이전 작품들(파크라이프, 퍼레이드)에 비해, 비교적 현실적인 인물들이 등장하고, 일본소설답지 않은 기승전결과(대부분의 일본소설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술적이고 관찰자적인 형식을 가진다. 큰 사건이라든지, 갈등요소가 적은 편) 깔끔한 마무리(즉, 해피엔딩)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뭔가 빠진듯한 개운치않은 느낌이 남는다.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작품들을 읽고 있노라면, 단순히 독자 입장에서 느끼는 실망감을 넘어선, 서글픔마저 밀려온다. 좀 더 노력하지 그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