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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레만씨 이야기> 스벤 레게너

by iamlitmus 2007. 3. 26.
책을 선택할 때 작가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손에 착 들어오는 느낌이라든지, 적당한 두께에 반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딱딱한 하드보드지의 표지와 함께 손가락 2개를 합친 적당한 두께, 한손에 몰아쥘수 있는 아담한 크기로 인해 컬렉션의 경지에 올라설만 하다. (나의 꿈의 컬렉션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이유로만 선택했지만, 멋진 작품성까지 덧붙여지는 바람에 애장목록에 추가되었다.

때는 통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 서독에 정착한지 9년째 되는 레만씨는 바텐더다. 새벽 늦게까지 일하고 단잠을 자야만 하는 아침 10시에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 딴소리를 하는 어머니와, 로스트 비프를 둘러싼 언쟁끝에 새로 사귄 여자친구 까트린, 그의 절친한 친구 카를 등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끊임없이 투덜대고 불만에 차 있는 것 같은 레만씨지만, 나름대로의 질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른이를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진 특별한 남자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몹시도 분개하지만, 소시민에 불과한 그가 할수 있는 일은 마음속으로만 투덜대거나, 약간의 비꼬임 정도의 대꾸뿐이다. 레만씨는 답답할정도로 순수하거나 착하지 않다. 얻어 터질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대방에게 내달리는 무모함도 있지만, 결코 그가 밉지 않은 것은 다른 누구보다 솔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