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이것저것 미뤄두었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약간 분주했다.
평소 평일에 돌아다니는 장소는 극장, 카페 등 한적한 곳에 한정되어 있는데,
오늘의 목적지는 은행, 시장 등이어서 약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주말에는 아예 밖을 나서고 싶지도 않다.)
길음동은 큰 시장이 있어서인지 유난히 노인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것 같다.
은행같은 경우도 ATM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노인들이기에 유난히 창구가 붐빈다.
엄마가 좋아하는 떡을 사고 돌아서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안주)이 보인다.
노가리. 보통 맥주집에서 6마리에 만원~만3천원정도인데, 한 근(400g)에 만원이면..가늠이 되지 않는다.
반 근만 담아달라고 하는데, 옆에 서 있던 아줌마가 양념장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참견을 한다.
상인 아저씨가 후라이팬에 구울 때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훨씬 맛있다고 했다.
난 바싹 마른게 좋은데..생각하는 중에 아저씨가 굽던 노가리를 내밀어서 무심코 입에 넣었는데.
나도 모르게 '아..맛있다.'가 새어 나왔다. 라오스 맥주와 베트남 맥주를 남겨 두길 잘한 것 같다.
시장 좌판에는 왜 이리 할머니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맘이 너무 안좋다.
뭘 사주고 싶어도 엄마가 뭐라고 할까봐 아무거나 사갈 수도 없다.
전파사에 가서 전구와 아답터를 찾는데, 맞는 것이 없는지
주인 부부가 2천원때문에 20여분간 씨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것도 마음이 안좋은거다.
회사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그렇고,
지인들을 만날 때도 대부분 번화가이다보니,
일반적인 물가에 익숙해 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시장이나 조그만 가게들을 들르게 되면,
새삼 내가 너무 누리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몇시간도 지나지않아 인터넷으로 스웨터와 힐링색칠공부, 색연필을 샀다.)
결론을 말하자면,
주위도 살피면서 살자.
사소한 것에 감사하자.
엄마한테 잘하자.
오늘 목욕했다.
그래서 마음이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