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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발리에서 잠깐 살아보기 - 17일째

by iamlitmus 2010. 11. 25.

자전거를 타고 해변을 달리다 반대편으로 꺽어 들어갔다. 진창길을 비틀거리며 나아가다 보니, 한 사람도 간신히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길이 나온다. 한국에서라면 실내식물이어야 할 아이들이 당연한 듯 사방에 심어져 있고, 주소판 하나도 꽃그림을 넣는 센스가 돋보인다. 다시 큰 길로 나와 유기농으로 유명한 카페에서 초코치즈케익과 레몬케익을 샀다. 컵으로 장식된 천장조명이 독특하다. 오랜만에 맛보는 머리가 띵할 정도의 단맛에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새우를 사다가 기름을 넉넉히 붓고 튀김요리를 했다. 300그램 정도에 3천원 정도의 가격이라니. 신들의 발리라 불리우는 것은 식도락의 발리이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바이크를 탈 때보다 자전거를 탈 때 훨씬 더 눈에 들어오는 발리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속에 담는다. 발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 무질서한 것 처럼만 보였던 차들과 오토바이들도 나름대로 보이지 않는 배려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길을 묻기 위해 멈춰 설때나 잠시 머뭇거릴 때도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려주거나 피해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여태껏 한번도 사고가 난 것을 본적이 없다는 점도 놀랍다.

 

드디어,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쌓아두었던 서운함을 다람쥐처녀에게 말했더니, 점점 울상이 되어간다. 매일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걸어 재촉했지만, 오늘에서야 오게 되었다며 미안해하는데, 오히려 재촉만 했던 내가 미안해진다. 문제는 아파트의 연결선이 불량이라 다른 빈방에서 인터넷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막상 연결이 되지 않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연결이 되고 나니 어이없이 느린 속도에 불만이 생긴다. 1기가에 달하는 TV프로그램을 다운받는데 30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니, 한국과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