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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베트남캄보디아

베트남 호이안 - 훼 이동

by iamlitmus 2012. 4. 2.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는데, 주인집 아들이 트렁크만 입고 나와 여권을 돌려준다. 음..넌 내가 진짜 편한가보구나.


화장실 문을 잠궈 놓고서는 이용료를 받던 개사기꾼 휴게소.
분명, 발 씼는 곳밖에 없었는데, 내 앞의 여자애는 돈을 내더란 말이지. 설마...

후에로 가는 버스는 또 슬리핑버스다. 그것도 바로 앞이 화장실이다. 다행히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 이상한건, 자꾸 어딘가에 서는데, 패키지여행 마냥 조각상(마블마운틴), 진주상점에 들른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시동을 꺼버려 찜질방같은 버스에서 부채질을 하며 묵묵히 기다린다.

진주샵에 들어가 대충 가격을 보니, 어마어마하다. 진주목걸이는 250불, 반지는 60불이나 한다. 분명 원가는, 1-2불에 불과할 조악한 반지를 서양 노인네들은 덥썩 잘도 산다.

5시간에 걸쳐 훼에 도착했다. 북쪽으로 올 수록 추워져야 하는건데, 왜 이리 더운 것이냐. 날씨를 체크하니 37도같은 35도란다. 어김없이 호텔 삐끼가 달라붙는다. 누가 보면 우는 줄 알 정도로 땀이 흐르니, 만사가 귀찮아져 그를 따라갔다.
1박에 10불이라니, 별 기대는 안했지만, 세상에나, 낡고 더럽고 후진 방상태는 호이안과 견줄만 했다. 게다가 창문이 복도를 향해 있어 무슨 쇼를 할 것도 아니라면, 열어놓을 수도 없는 방이었다. 아...씨발. 욕이 절로 나온다. 내가 돈을 안쓴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따위를 보여주는건가. 붙잡으면 죽여버릴꺼야.눈빛을 남기고 나왔다.

무작정 걸어가는데,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아 어질어질하다. 호텔골목으로 들어서니 조그만 호텔이 보인다. 다시 10불을 부르는데,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방을 보기로 했다.

오오. 괜찮다. 샤워부스, 냉장고, 에어컨이 있다. 짐을 풀고 잠시 누워 정신을 잃었다가 간신히 추스른 뒤, 호텔을 나섰다.

대충 지리를 익히려고 하다보니, 구시가지로 가는 다리를 건넌다. 한강철교와 쌍둥이다. 고소공포증에 물도 싫어하는데 다리 아래로 넘실대는 물결이 아득하다.

내가 사랑하는 대형 마켓이 눈앞에 있다. 바게트, 과일, 사과쥬스, 레드불, 맥주, 비스켓, 푸딩 등 정신을 차려보니 한보따리다. (이렇게 사도 6천원) 원래 여행지에서 패스트푸드는 안먹는데, 너무 허기가 지고, 식당 찾으러다니는 것이 귀찮아 그냥 KFC에 들어갔다. 황실요리로 유명한 훼에서 치킨2조각, 콘슬로, 샐러드, 콜라를 먹고 있자니 기가 막히지만, 오랜만에 몸에 나쁜 기름 진 것을 먹으니, 원기가 솟는다. (치킨은 시장닭 맛, 콘슬로는...도대체 뭘로 만든거냐.)

훼 사람들은 종이쓰레기를 가게 앞에서 태운다. 도로 곳곳에서 연기가 봉화처럼 피어 올라 맵다. 훼의 여행자거리는 한산하다. 식당과 실크제품가게 몇 뿐이다.

모기도 없고, 에어컨을 맘껏 틀수 있어서 행복하다.
살이 많이 빠졌다. 바지에 주먹 두개가 들어간다.
손톱도 2번이나 잘랐고, 머리도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