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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살아간다는 것은> 위화

by iamlitmus 2007. 3. 26.
'사는게 다 그렇지.뭐..','그것이 바로 인생이다.'식의 넋두리 혹은 자조섞인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진실이라고 해도 혼자 곱씹으며 생각할 일이지,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전염시킬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또한, '사는게 재미없다.','심심하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건데, 제발, 혼자 알아서 처리해달라. 아니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죽어버리던가.

만석군 집안의 장자인 '복귀'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생집에 가서 술을 퍼마시던가 노름뿐이다. 그런 스토리의 종말이야 뻔한 것이겠지만, 복귀는 말그대로 집안을 깨끗하게 들어먹고 만다. 이때부터 복귀와 연결된 몇대에 걸쳐 일어나는 재앙들을 적은 것이 이 책의 줄거리가 된다. 당시 중국의 사회적 변화와 맞물린 주인공 일가의 현실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잔인하다.

막내 아들 유경이 교장선생의 수혈을 위해 피검사를 받는다. 유일하게 혈액형이 맞는다는 사실에 신이난 유경은 얼른 피를 뽑아 가라고 외친다.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유경에게 의사는 피 뽑을때는 어지러운 것이 당연하다고 대꾸하며 계속 피를 뽑아낸다. 입술이 파랗게 변하고 얼굴이 석고처럼 하얗게 변하는 유경으로부터 계속 피를 뽑아낸 의사는 결국, 유경의 고개가 떨구어졌을때서야 아이의 죽음을 알아챈다.

머리가 어지럽다는 손자에게 밭일을 시킨 것이 미안스러워, 한솥 가득히 콩을 삶아준 복귀는 누워있으라고 말한뒤 다시 밭으로 향한다. 해질녘, 집으로 돌아온 복귀는 두눈을 치켜뜬채 죽어있는 손자를 발견한다. 크게 벌려 있는 아이의 입안에는 미처 씹지 못한 콩 몇알이 있었다. 오랫동안 굶주려있던 손자는 한꺼번에 많은 콩을 먹고서는 배가 터져 죽은 것이었다.

작가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수용하는 주인공의 끝자락에서 저물어가는 황혼 들녘같은 안온함을 느끼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심란하기 그지 없으니, 작가의 의도가 빗나가도 한참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