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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생일입니다

by iamlitmus 2023. 6. 6.

이젠 생일이 창피한 나이가 되었다. 생일축하 메세지를 받는 것도 어색하여 카톡 설정에서도 생일을 감췄다. 그래도 피붙이인 오빠는 잊지않고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보내줬다. (난 한달 전 오빠 생일 그냥 넘어갔는데. 찔리게스리)

 

미대오빠는 아침 일찍 종이 빵빠레가 터지는 생일 축하문자 메시지를 보내줬다. (점심때 마시라고 스벅 라떼 쿠폰도 보내줌.)

 

 요즘 이상하다 싶을 만큼 체력이 떨어졌다. 토요일에는 빵사러 갔다가 도서관, 알맹상점가서 병뚜껑 덜어낸 뒤 냉면사러 연남동을 다녀왔는데(물론, 베키를 타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코스가 아님) 날씨가 무덥기도 했지만 너무 지쳐서 낮잠을 자야만 했다.  일요일에는 길음동 집에 갔다가 밥먹고(물론, 막걸리를 마셨지만) 바로 곯아 떨어졌다. 이렇게 낮에 잠을 자면 밤에는 잠이 안올 것 같지만 12시 즈음되면 슬슬 졸음이 몰려온다. 하긴 핸드폰도 몇 년 쓰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데 50년 넘게 쓰고 있는 내 체력이 쌩쌩하면 이상한거지. 

 

그나마 좋은 점은 한정된 에너지때문에 쓸데없는 감정소모가 줄어들었다는 것. 남의 일에 관심두지 않고(저어언혀 관심이 없고 누가 나한테 관심주는 것도 불편함) 불필요한 감정싸움도(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기에 기대도 안함), 잡념도(약 1분 정도 생각하면 지쳐서 자..오늘은 여기까지) 많이 없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싸우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 가능하면 무시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도 있고. 

 

오늘은 6시에 일어나 8시 즈음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7월부터 출근하게 되는 프로젝트는 8시반까지 출근이라 미리 연습한다 생각하고 해봤는데 생각보다 여유롭고 평화롭다. 일찍 출근해서 책도 읽고 짧은 글도 쓰는 시간으로 활용해보려 한다. 이젠 인생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나이인데 어쨌든 일을 하려니 힘들기는 하다.  그래도 양쪽 집안 큰 일 없고 근심없이 매일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다. 

 

수고했다.

고생했어.

기특해.

조금 만 더 해보자.

 

퇴근하고 돌아오니, 미대오빠가 미역국을 끓이고 있다. 즉석국에 김치 반찬뿐이지만 놀랍고 감동할 수밖에. 케잌과 초도 준비해 놓은 그 마음이 거룩하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깜짝쇼를 못해 당황한 귀여운 모습은 덤.

 

나 이번 생 성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