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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쉬고 싶지만 도무지 멈출 수 없는 당신에게

by iamlitmus 2022. 7. 31.

쉰다는 게 대체 뭘까?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온전히 에너지를 빼앗기는 일이다. 퇴근 무렵이 되면 속이 메슥거릴 정도로 방전이 된다. 수면 품질도 그닥 좋지않아 다음날까지 충전이 되지 않는다. 금요일이 되면 주말동안 나만의 동굴로 돌아갈 생각에 아침부터 들뜬 마음이 된다. 거창한 주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혼자(또는 미대오빠와)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안심이 된다. 주말동안 충전된 에너지로 다시 일주일을 버텨낸다. 

 

요즘처럼 날씨가 지랄맞을 때는 아예 외출을 하지 않는다. TV를 보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웹서핑을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예전에 비해 옅어졌지만 그래도 신기한 것을 보면 살짝 놀란다. 입을 열기만 해도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에 가능한한 말을 하지 않는다. 주로 듣는 편에 속하는데 그것도 너무 길어지면 힘이 들기 때문에 대화의 길이를 잘 조절해야 한다. 

 

엄마는 항상 바쁘다. 매일 시장에 가고 틈만 나면 김치를 담근다. 국이 없으면 밥을 안먹는 아빠때문에 매일 불구덩이 속에서 반찬을 만든다. 쉬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아프면 힘이 빠진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아프기를 바랄 수는 없다.

 

작가는 쉰다는 것은 나만의 정원을 가꾸는 일이라고 말한다. 쉬는 날 마음의 빈 곳과 상처입은 곳을 살피고 돌보며 나의 기쁨을 위한 일들을 계획하기도 한다. 이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 쉬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휴식

일상적인 순간에 갑자기 커다란 분노가 솟을 때가 있다. 나 이외에는 다 맘에 안드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왜 자꾸 날 귀찮게 하지?'

'왜 저렇게 떠드는거지?'

'빨리 좀 가란 말이야. 그렇게 운전할거면 차를 타면 안되지'

'돈..돈..돈..돈..지겨워. 맨날 돈 이야기만 해'

 

그럴 수록 점점 눈과 입을 닫게 된다. 그냥 무시하고 모른 척 하면 마음은 편하니까. 흥분하면 괜히 나만 더우니까.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번아웃이 왔을 때 내가 딛고 있는 세상의 바닥은 금새 찢어질 것처럼 얇고 낭창해진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마치 나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온통 따갑고 비린내가 진동한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매일 흥얼거리던 노래 가사였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러던지 말던지. 어떻게든 되겠지. 몰라. 될대로 되라. 등이었고 모든 문장의 앞에는 항상 귀찮다는 단어가 자동으로 붙었다. 일을 쉬게 되었을 때 한 달 정도는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미움의 두께도 점점 사라져갔다. 두 달을 넘어설 때는 슬슬 불안감이 생겨났다. 정기적으로 지출되는 돈이 적지 않았기에 다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아무 것도 하기 싫은데 과연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막상 플젝을 시작하고 보니 아침마다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주문을 외우며 굽신굽신하면서 일하고 있다. 

 

업무는 하면 된다. 안되는게 있다 하더라도 그건 내 탓이 아니다. 너무 힘들면 안하면 된다. 남들이 나에 대해 뭐라하던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 나도 다른 이에 대해 관심도 없고 말하기도 싫다. (에너지 나간다. 아까워) 살이 쪘으면 빼면 되고,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게 있으면 먹고 사면 된다. 싫은 사람은 손절하면 되고, 매일 봐야 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하면 된다. 이것이 나만의 번아웃 치료법이다. 

 

갭이어

본래 유럽과 미국의 청년들이 대학교 입학 전 혹은 취업 전에 짜인 트랙을 벗어나 자원봉사, 배낭여행, 인턴십 등을 경험하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인생을 보낼지 모색하는 시간을 뜻한다. 

 

작가는 취미를 통해 휴식을 가진다. 번아웃이 제일 무서운 그녀는 구글 캘린더 곳곳에 '휴식' 인덱스 블록을 만들었다. 일하는 것에 익숙하고 정해진 일정대로 사는 것이 편한 사람들이게 강력히 추천하는 방법이다. 

 

나는 미용자격증을 따고 싶다. 미용은 전세계 어디에 갖다놔도 먹고 살 수 있고 나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미용실을 차릴 것도 아니지만 사람의 일이라는게 모르지 않나. 간병인 자격이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에도 관심이 있다.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는거고. 또 다른 걸 해보면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무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원히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거창한 것이 아닌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획을 세우고 못지켰다고 해서 나한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또 하면 되지. 남는게 시간인데. 뭔 걱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