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일색인 리뷰에 속아 집어든 책.
결론부터 말하면, 요즘 애들은 이렇게 생각하나.
(요즘 작가들은 왜들 이리 어린거야. 역시 제게는 100년전의 소세끼 선생님뿐입니다.만 '피안 지날때까지' 구입만 해놓고 안읽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엄청 예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사진을 찍는다. 두 남자는 이 여자와 1년동안 계약연애를 한다. K는 가난한 조각가, P는 잘나가는 의사. 1년 뒤 그녀는 자기자신을 선택하고, 배신감에 치를 떨던 두 남자는 그녀의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후로 그녀는 10년동안 305호 아파트에 스스로를 가둬둔다. 건너편 306호에 이사온 남자는 이웃이라는 이유하나로 그녀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각종 택배를 대신 받아주고, 장을 봐주고, 쓰레기까지 처리해줘야만 한다. 처음에는 치가 떨리도록 싫었지만,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남자는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된다. 그런데, 그 여자친구는 305호 여자의 가족과 함께 자동차사고로 죽은 K의 여동생이었다. 오빠가 죽은 이후로 생활을 도와준 P는 그녀를 농락하다 잔인하게 버린다. 막장드라마도 울고 갈 짜고치는 고스톱같은 연결고리.
305호 여자는 306호에 이사오는 세입자들에게 똑같이 괴롭힘을 반복했었다. 그들의 친절함을 불쾌함으로 바꾸는 것, 파괴와 상처. 그것이 그녀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세상을 향한 앙갚음이다. 떠나는 306호 남자에게 그녀가 쥐어준 것은 사진전시회 티켓. 그곳에는 10년동안 그녀가 스스로 분장하고 연출해서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그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소통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라는, 자신을 포함한 다른 모든 이들이 가짜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끝자락에 실려있는 문학평론가는 작가가 네오 나르시스트이며, 끊임없이 극단적이고 문제적인 실험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 작품이 주는 불편함은 자신의 불행을 그 원인과 상관없는 불특정 타인에게 실험하고 그 결과를 얻는 것에만 주목할 뿐 원치않는 실험대상이 된 이들의 고통과 상처에는 무심하다는 점에 있다. 정작 그녀를 망가뜨린 근본적인 비극의 발단은 그녀 스스로 자초한 일임에도 왜 10년동안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패턴을 반복하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