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케언니의 부친이 돌아가셨다. 오랫동안 앓으셨고, 폐렴에 코로나까지 더해져 의식을 잃으신 상태로 숨을 거두셨다. 추석을 며칠 앞 둔 날이었고 하필 비가 내렸다. 엄마는 좋은 계절에 돌아가셔서 다행이라고 했다. 추석 차례를 지내면서 제사도 겸할 수 있으니 자식들이 고생하지 않게 하려고 했나보다라고도 말하셨다. 더위를 많이 타는 엄마는 시원하거나 추운 계절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평소보다 밥과 약을 2배로 드셨고, 하루에 1번 돌던 운동장도 몇 바퀴 더 돌면서 두려움을 쫒아냈다.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입구까지 가득 차 있는 화환부터 눈에 들어왔다. 사위들이 대기업 간부이다보니 조문객들도 넘쳐났고 장례 도우미도 회사에서 지원되었다. VIP실이어서 별도로 마련된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음식은 단 한개도 없었다. 일부러 그렇게 구성을 하는걸까. 조카들은 상복을 입은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올케언니는 우리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올케언니 여동생은 오열을 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 터라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다가갔는데 내 품에 안겨 울기 시작하니 당황스러웠다. 더이상 고통받지 않고 좋은 곳으로 가셨는데 왜 우는걸까. 하긴, 워낙 화목한 가족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급하게 납골당을 알아봤던 오빠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할지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엄마는 다 필요없고 화장한 다음 한 줌만 남기고 다 뿌려버리라고 했다. 마지막 한줌은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외삼촌 옆에 묻어달라고. 삼촌도 납골당이니 수목장이니 자식들만 피곤하게 하는 거라며 그냥 화장할거라고 하셨다. 삼촌도 엄마 옆에 한 줌 묻어드릴께요.하니 웃으신다.
퇴근시간 무렵이라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 원래는 추석 때 오빠네서 식사를 하기로 했었으나, 추석 전날 발인이니 무슨 정신이 있겠냐면서 그냥 집에서 간단하게 먹자고 했다.
/엄마, 간단하게 라는 범위가 어디까지야?
/전 몇 개 부치고, 고기 하고, 이것저것 간단하게.
엄마 혼자 장보고 새벽부터 음식해댈 것이 뻔하기에 내일 아침 일찍 전부치러 가야 한다. 노동주 막걸리 2통도 사야겠다.
To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