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day'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성인편-

by iamlitmus 2011. 2. 9.
작년 인공관절 수술을 하신 엄마는 살도 많이 빠지시고, 체력도 약해지셨습니다.
매일 운동을 하시기는 하시지만, 먹는 것도 부실하고(아무래도 예전처럼 음식을 해먹기는 아직 힘들고, 제가 항상 해드릴 수도 없고. 못하는게 아니라, 시간도 없고..음..) 해서 기운이 딸린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겁니다.

원래 큰 수술 하고 나면 보신탕이라던가,같은 보신을 했어야 하는데, 개고기를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겠고,(물론, 필사적으로 알아볼라치면 안될 것도 없지만, 괜시리 냉장고를 열때마다 그 국물을 보는 것도 괴롭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무의식적으로 모른체 했달까요.) 고기를 끼니때마다 해먹기도 그렇고, 그래서, 그렇구나 하던 중에,

아무래도 안되겠던지, 엄마가 먼저 말을 꺼내시더라구요. 해서, 마침 올케언니 사돈 집이 가까운 곳에서 한의원을 하니 그곳에 가서 진찰받고 보약을 짓자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오빠네가 돈을 내는 줄 알고 펄쩍 뛰시더니, 내가 내겠다고 하니, 아무 말 없으십니다. (뭐..오빠네는 중,고생이 2명이나 있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 친정한테도 공평해야 하고, 그렇지만, 전 결혼은 커녕 남친도 없고, 돈 쓸곳도 없으니 가전제품을 바꾸거나 목돈 들어갈 일 있으면 당당하게 저보고 내라고 하십니다.)

예약시간에 맞춰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안가신다고 합니다. 마치 처음 듣는 소리처럼 맘대로 예약했다고 화까지 내시는군요. 처음에는 조곤조곤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고, 달래기도 해봤지만, 돌부처마냥 꿈쩍도 안합니다.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빠는 알아서 자기 몸 챙기고, 병원도 가고 하시는데, 엄마는 정말 병원 안가시려고 합니다. 대부분 그렇다대요.

그러면서, 삼촌이 소개해준 무슨 한약재상이 있는데, 한의사를 두고 진찰도 하고, 약도 지어주고 하는 곳이 있다는 겁니다. 전에 갔을 때, 그 한의사가 엄마 손을 살포시 잡으며, '앞으로 아픈 곳이 있으면 다 말하세요. 제가 치료해드릴께요.'했다나 뭐라나.
어렸을 적, 치과 치료비가 비싸다고 치과기공소 다니는 아저씨한테 치료받았다가 10년 뒤 수백만원 깨진 거 생각하면 아직도 돌겠는데, 어디서 그런 정보들을 공유하는 지 몰라도 각종 야매 정보에 빠삭하신 겁니다.

결국,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홧김에 술 마시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낮이기도 했고, 보리차도 끓여야 하고, 거실 청소도 해야 하고, 이불 커버도 새 걸로 바꿔야 하고..하면서 진정기미를 보이려는 찰라,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엄마가 아빠 치과치료비, 엄마 수술비도 많이 들어갔는데, 돈을 아껴야지.라는 소리를 듣고, 다시 분기탱천. 무조건 아끼는게 장땡이 아니라, 쓸 곳에는 써야 하고, 다른 것도 아니고, 건강하자고 하는 건데, 그럴거면 앞으로 아프다는 소리도 하지 말라고 해버렸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다시 헤헤거리면서 함께 군것질 할테지만,(엄마가 빵 사오셨네요. 커피에 먹어야지) 지금 당장은 미운건 미운겁니다. 확 꼬집어 버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