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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위대한 침묵 - 필립 그로닝

by iamlitmus 2009. 12. 27.

해발 1300미터 알프스의 깊은 산속, 프랑스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에 거주하는 카르투시안 수도사의 일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필립 그로닝 감독이 촬영 요청을 한지 19년이 지나서야 허락받은 이 곳은 1081년 성 브로노가 창설한 수도원이다. 철저한 고독속에서 주님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서는 축복을 부여받은 그들의 표정은 희노애락을 드러내지 않지만, 더없이 평온하고 숙연하다. 

수도승들은 각자 은수처에서 독거생활을 한다. 1층은 작업실, 장작보관소, 화장실, 2층은 침실, 기도실, 공부방, 성모경당 3층은 바닥 전체에 모래가 깔려있어, 사막과도 같은 이곳에서 기도할 수 있다. 은수처마다 약 30여평의 정원이 딸려있다. 이들은 아침 6시30분에 기상하여 저녁 7시30분에 잠자리에 든다. 다시 저녁 11시30분에 일어나 밤기도 후 새벽 3시30분에 잠든다. 식사는 점심 한끼. 저녁은 빵과 음료수만 먹을 수 있다. 육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콩이나 치즈를 많이 먹는다. 하루3번 미사, 저녁기도, 아침기도 때 성당으로 향하는 이들은 항상 두건을 덮어 쓴다. 이는 자신의 시선에 들어오는 불필요한 것들을 차단하고 시선을 주님께만 두려는 배려다. 이들은 라틴어만큼 하느님을 아름답게 찬미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모든 시편을 암송하여 어둠속에서도 미사를 거행할 수 있다.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한 행동과 언어들로 가득 채워진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 들끓는 욕망과 회오리치는 감정속에서 내 자신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스스로 만들어낸 소유와 집착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반드시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단 몇 시간만이라도 작은 평화을 원한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p.s: 이 와중에 1/3일부터 코치 50% 세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순식간에 악마가 주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