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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종이달

by iamlitmus 2023. 5. 3.

김서형 주연 드라마를 보다 결말이 궁금해서 원작을 먼저 읽게 됐다. 소심하고 평범한 주부가 제2금융 계약직으로 취직한 뒤 젊은 남자를 만난 후 큰 돈을 횡령한다는 큰 틀은 동일하지만, 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많은 부분이 각색된 것 같다.

 

예를 들면 남편의 캐릭터가 굉장히 속물적으로 그려졌다던가 불륜 대상인 남주가 순수 그 자체로 다가선다던가. 이 외 주변 인물인 친구들, 고객들의 에피소드 들도 좀 더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서형 배우의 얇은 유리같은 연기는 놀랍다. 아주 사소한 표정의 변화, 시선의 이동 등을 통해서도 작품의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는 배우다.

 

원작에서는 젊은 남자의 빚을 갚아주고, 맨션을 구해주고, 차도 사주고, 비싼 시계와 옷, 호텔비, 고급요리 등의 비용과 그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끝에 저지르는 끝없는 쇼핑 등으로 인해 10억원의 돈을 횡령하게 된다. 나중에는 돌려막기를 하기 위해 가짜 상품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데 그녀 스스로는 멈출 수 없기에 차라리 얼른 발각되기를 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드라마를 진중하게 보지 못하는 이유

젊은 남자가 다가와서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꼬실 때 '어른이 되가지구 말이야. 어린 애가 철없이 그래도 중심을 잡아야지. 저러면 되겠어?' '얼씨구..왜 둘이 눈을 마주치면서 나란히 걷는거야. 왜 저래.' '아무리 마음이 힘들고 외로워도 고객 돈을 빼돌려가지고 어린 애 사채 빚을 갚아준다는게 말이 돼? 차리리 그 돈을 혼자 다 쓰던가' 등등 화딱지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