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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is Coming

by iamlitmus 2024. 10. 27.

아직도 수요일

'살아내다' 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일어났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임. 정식으로는 살아-가다「동사」 목숨을 이어 가거나 생활을 해 나가다.)
마법의 단어처럼 일단 하자.라는 생각을 한다. 잡념이 떠오를 때도 읊으면 즉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추워졌지만 사무실은 더워서 옷을 고를 때마다 고심한다. 반팔을 입고 긴 겉옷을 입으면 집을 나섰을 때 딱 좋다. 한 달 전만 해도 열대야에 몸부림쳤었는데, 자연이라는 것이 이리도 신묘하구나.

올해 두 달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날짜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매일 새로운 일, 생각, 목표가 필요하다. 잠들기 전 껄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고 푹 잘 수 있는 하루를 보냈다는 것에 스스로를 칭찬한다. 지금 나는 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가고 있다 생각하면 미소 지으며 잠들 수 있다.


책 : 작은 도시 봉급생활자 (조여름)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서울이 연고지라는 것이 행운일 정도로. 지방 사람들은 열악하면서도 비싼 거주비가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저자는 고된 서울생활에 지쳐 패잔병이 되어 고향으로 내려간다. 가족과 감농사를 짓지만 힘듦에 비해 터무니없는 수익에 포기한다. 두 번째 대안은 웹소설 쓰기. 출판까지 하게 되지만 취미 정도로만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 번째는 고향에서 취업하기. 출판사와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이력을 살려 지방 관청에서 홍보글 작성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임시직 공무원이라고는 하지만 재연장을 통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지방이어도 나름 경쟁률이 있어서 서류전형->면접->실무테스트가 있음) 자신감을 얻은 저자는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제주도로 이주한다. 
 
아주 오래전 오산에서 1년 정도 일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한적하고 아무도 나를 아는 이가 없는 곳에서 지내는 것이 홀가분하고 좋았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주변인들의 생활방식과 원치 않는 과한 관심, 소문, 뒷말 들에 지쳐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때의 나는 자존감도 낮고 외로움도 많았다. 서울에 갈 때마다 그토록 싫어했던 소음과 화려함이 너무 좋았다. 극장, 도서관, 마트, 시장 등 생활하는데 부족함은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람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잠깐 정도는 낯선 곳에서 지내며 기분 전환을 할 수 있겠지만, 아예 본거지를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렇기에 저자처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헤쳐나가는 모습에 감탄과 응원을 보내게 된다. 
 

마음이 부자

느긋하고 여유롭다는 뜻일까. 부자이면서도 인색한 사람도 있잖아.
 
SNS에 결혼을 앞두고 예비시댁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몸이 불편한 부모님, 평생 도움을 줘야 할 동생들, 가난한 살림에 고민이라는 글을 두고 별의별 댓글이 달렸다. 고민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뜬 거다, 사랑도 유효기간이 있다. 가난이 들어오면 사랑이 창문을 넘어 나간다. 자기도 그런 상황이었지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등.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나중에 후회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어른이잖아. 책임져야지.

책 :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합정역에는 스마트도서관이 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오늘 빌릴 예정이다. -> 서울 전자도서관에 이 책이 있어서 전자책으로 읽는 중.
 
안토니누스역병: 분별 있고 침착한 지도자를 뽑자 
가래톳페스트: 개구리는 생명을 구할 수 없지만 역사책은 가능하다
무도광: 마녀로 몰아 태워 죽이지 말고 잘 대하자
두창: 백신이 최고라고 널리 알리자
매독: 성병을 수치스러워하면 퍼질 뿐이다
결핵: 아픈 걸 미화하지 말자
콜레라: 통념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싶으면 당신의 이론을 철저히 증명하라
나병: 선한 사람 한 명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게 당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장티푸스: 전염병에 걸렸다면 일부러 타인에게 옮기지 말자
스페인독감: 검열이 사람을 죽인다
기면성뇌염: 의학의 발전이 매우 빨라졌으니 잘 기록하자
전두엽절제술: 말발 좋은 사기꾼을 믿지 말자
소아마비: 공동체, 지도자, 과학자가 힘을 합치면 세계를 구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생각의 흐름


이 세상에는 어쩜 이렇게도 많은 책들이,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 것일까. 어렸을 적부터 읽는 것을 좋아했고, 독서가 취미라고 당당히 말하고는 했다. 등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평생 글을 써서 먹고살거라 생각했다. 웹기획자로 일하고 있지만 독서 습관은 직업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 타인과의 관계, 문해력,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등 책에서 읽고 담아두었던 모든 것들이 엄청난 자양분이 되었다. 

지금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이는 거의 볼 수 없다. 요즘 애들의 문해력이 낮다는 뉴스도 나온다. 그럼 왜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단순히 유튜브가 인스타 같은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에 중독이 되어서일까.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책을 읽지 않으니 글쓰기도 어렵다. 시간을 축약하고 정리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이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는 상상력 등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수도 없이 많다. 그래도 왜 안 읽는 것일까. 재밌는데.

책을 읽는 것은 어느 정도의 통제가 필요하다. 시간과 집중, 이해력, 호기심, 상상력이 갖춰져야 한다. 일단, 한 줄이라도 쓰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쓸 말이 없으면 필사라도 하라고 한다. 일기 3줄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조언도 있다. 항상 메모를 하는 습관도 좋기는 하지만, 쉽지 않다. 나는 메모장 기능을 사용하는데,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놓고 나중에 정리하면 된다. 책이나 영상, 사람에 대한 단상 등 아무것이나 다 적는다. 퇴근할 무렵이 되면, 하루동안 내가 이토록 많은 생각을 했는지를 보고 놀란다. (대부분 잡념이기는 하지만) 집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좋으련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는 못하고 있다. 퇴근하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도련님이 올해도 두 달밖에 안 남았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시간만 보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동의할 수 없었다. 올해 기억에 남는 건 기나긴 열대야밖에 없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남은 두 달도 정말 재밌게 살 자신이 있다. 도련님과 함께 하고 싶지만 그는 당나귀처럼 버티고 서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같이 가기 싫다면 나 혼자라도 가야지.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그 말을 인정하고 말 것도 없이 나는 제시했고, 너는 싫다 말했고, 그럼 나만 하겠다 하는데 너처럼 나도 하지 않는 것을 원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이기적인 거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싫어하는 도련님에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10년 넘게 사귀면서도 아직도 자기를 모르냐고 하는데. 코웃음. 역지사지.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인 것은 맞지만 너만 바라보며 살지는 않는다. 나도 앞으로 나아가야지. 같이 뒷걸음질 칠 수는 없잖아.

왕좌의 게임에서 세르세이는 대너리스가 총애하는 미산데이의 목을 친다. 그것을 지켜본  대너리스는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리고, 바로 드래곤에 올라타 킹스랜드를 완전히 불태우다 못해 녹여버린다. 세르세이는 백성들이 죽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고 그저 대너리스를 화나게 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 대너리스가 조금만 이성적이었다면 세르세이가 있는 성만 불태웠을 텐데 괜히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니 존 스노우가 대너리스를 죽여야 한다는 계기가 된다. 

드래곤을 타고 불살라 버리고 싶은 2곳이 있다.

어설프게 알고 있던 포토샵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내게 도움이 되는 툴이다. 공부를 시작하니 시간이 너무 잘 간다. 월급 받으면서 공부하고 있다. 

오늘은 모자를 쓰고 출근했다. 머리를 감지 않아서가 아니라, 캐주얼한 옷을 입어서 그에 맞춘 거라고. 옷차림이 가벼우니 마음도 가볍고 흥이 난다. 놀이동산 가는 기분으로 출근한다는 C의 말이 떠오른다.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 환경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타 부서 담당자와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을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고는 다른 팀에게 내용 전달을 했다. 그 팀의 팀장으로부터 회신이 왔는데, 이걸 왜 우리한테 보내? 너보고 한 말이잖아.라는 내용이었다. 
그제서야 자세히 들여다보니 맞는 말이었다. 요즘 애들 문해력 딸린 다고 비웃었었는데, 내가 그 짝이다.  놀이동산에 놀러 왔다고 생각해 버리고는 아예 딴생각을 한 거지. 멍청아. 담당자에게는 맞습니다. 그런 뜻이었고요, 제가 그렇게 할 거라는 거고, 업무에 참고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마무리지었다. 창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