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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주먹이 운다 vs 달콤한 인생

by iamlitmus 2007. 3. 26.
주먹이 운다   /감독:류승완  배우:최민식, 류승범, 임원희(좋아좋아), 나문희(아줌마 너무 좋아요~)
달콤한 인생   /감독:김지운  배우:이병헌, 김영철, 황정민(짱!짱!), 신민아

주먹이 운다.
류승완 감독의 왕팬으로서 이 영화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막가파적인 그만의 색깔에 대해 아낌없는 애정과 함께 류승범의 연기에 대한 기대 또한 막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75점 정도(올드보이도 80점을 간신히 넘었다. 이정도면 후하다.) 어떤 영화라도 2시간을 넘기면 지루할수밖에 없는데, 이 영화는 2시간하고도 20분을 넘겨버렸다. 그나마 최민식과 류승범, 두 배우를 내세웠기에 망정이지 혼자 끌어가기엔 무리스러울 수도 있었겠다.
밥짓기에 비유하자면, 센불-약한불-약한불-중간불-스팟 센불 정도라 하겠다. 류승범의 살벌하리만치 태연하고도 자연스러운 불량청년 연기는 백만불짜리!!(레게파마가 너무 잘 어울린다.) 그는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물론, 한정된 영역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핸디캡이기도 하지만, 한 장르에서 자리매김은 커녕 눈도장 찍기도 어려운 영화판에서 이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은 일.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한번 더 다지는 계기가 된 영화라 하겠다. (류승범, 이번엔 몸도 제대로 만들었다.) 최민식 또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막판인생 연기를 통해 영화의 균형을 맞춰주고 있다. (술마시고 꼬장부리는 연기는 그를 따라갈 자가 없다.)
그러나, 왜 그들이 링 위에서 만나게 되었나.를 보여주기 위해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 감독의 의도는 관객을 무척이나 지루하게 만들어 버렸다. 각자의 원인이 되었던 아들과 할머니의 신파적인 들이댐도 지나치게 느껴진다.(결말부분의 신파조는 불필요한 부분이었다.) 영화 종반부, 6회전에 걸쳐 그들의 대결을 보여주는 근접촬영은 숨가쁘고 실감나기는 하지만, 밀리언달러베이비의 경기장면과 같은 능숙한 강약조절에는 실패했다.

달콤한 인생.
이병헌이 이정도까지 였나 싶은 맘이 들정도로 그의 아우라가 뻗쳐나간 영화. 박찬욱 감독의 쓰리몬스터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연기는 이 영화에 비하면 30%도 채 발휘되지 못했다고 여겨질 정도. 물론, 시나리오 상의 억지스러운 면으로 인해 앞뒤가 맞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주가 되기는 하지만, 이병헌만의 군더더기없는 영화적 해석으로 인해 그럭저럭 준우수한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1천명의 오디션을 통해 뽑혔다는 신민아의 비중은 거의 없다고 말할수 있으며, 피부결이 너무 안좋아서 실망했다. 이병헌 못지않게 이 영화를 이끌고 있는 빛나는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에릭은 제외하고) 특히나 비열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황정민(바람난 가족에서도 압권이었다.)과 김뢰하(살인의 추억에서 다리에 못이 박혀 죽은 형사를 기억하는가?)의 실감나는 양아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제2의 백윤식이 되리라던 김영철은 음..)
한국형 느와르라고 하기엔 홍콩영화 냄새가 너무 짙긴 하지만(우리나라에서 군대를 제외한 총질은 어색하단 말이다), 고급스러운 화면, 도를 넘을뻔한 잔인함, 절정에 오른 이병헌의 연기로 인해 무난히 마무리를 지은 영화라 하겠다. (연말에 이병헌 상 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