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지도 사랑은 오래전 종이 지도책 때부터였다. 전국 지도를 펼쳐놓고 특정지역 도로를 따라가다 낯선 지명과 동네 이름을 짚을 때마다 그곳에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종이지도만으로 돌아다녔지만 불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힘든 건 지도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구글맵을 통해 도로 사진까지 확인할 수 있고, 유투브 등을 통해 정보가 넘쳐나니 훨씬 더 편리하고 재미있을 것 같지만 반대로 여행에 대한 설레임은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 알고 가면 몸은 편할지 몰라도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나 감동은 거의 없어졌다. 기내식 2번을 주는 장거리 여행은 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 대신 유명 여행지를 도보로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면서 지도를 맞춰 보는데(호텔명이나 상점 이름으로 찾으면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는지 찾아낼 수 있음) 진짜 여행을 가서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올레드TV로 보면 2배의 감동) 요즘은 주로 이탈리아 지역을 보면서 힐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드나 영화를 볼 때도 배경지역을 지도로 찾아보면서 보면 훨씬 더 재미있어진다. 브레이킹 배드의 배경인 앨버커기 주에서 화이트 부부네, 제시네, 치킨집, 행크네 등을 저장해놓고 보면 배우들이 이동할 때마다 동선이 그려진다.
프로젝트 철수 후 7월 초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인 오키나와에 대한 정보를 지도에 기록하고 있다. 최근 엔저 환율로 인해 차곡차곡 모아놓은 엔화를 적극 활용할 수 있기도 하고. 문제는 3시간을 넘지 못하는 저질체력인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쪽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을 키워놨다. (눈뜨고 잘 수 있는 능력도 최근에 성공. 뇌와 신체를 분리하여 뇌만 잠깐 재울 수 있음. 내게 있어 불면증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