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지인 중 A라는 아줌마가 겪은 이야기이다.
아들 둘, 딸 둘을 둔 A는 남편, 결혼을 하지 않은 딸 한명과 함께 살고 있는데,
부부 모두 몸이 아프지만, 그리 넉넉치 않은 형편인지라 임시방편으로 침을 맞거나 해서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고 했다.
효녀 심청이라 불리워도 마땅할 딸은 퇴근 후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생활비 전부를 부담하느라 모아놓은 돈이 한푼도 없었다.
(남편은 딸이 태어났을 때, 아내를 구박하며, 아침까지 밥은 커녕 물 한모금 갖다 주지 않았다 한다. 그 잘난 아들들은 나몰라라 하는 탓에 전적으로 딸에게 기생하며 살고 있다.)
동네 한의원 원장 또한 엄마의 지인 B의 딸(BB라고 칭하자.)인데, 시댁이 모두 한의사 집안이라며 엄청 자랑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최근, 아이와 함께 미국에서 지내다 귀국했는데, 중간에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운 탓에 손님도 다 떨어져 나가고, 침 몇 대 놔가지고는 운영이 되지 않자, 이상한 진료를 시작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요지였다.
A가 BB의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난 후, 자리를 뜨려하자, BB는 다른 진료실로 A를 데려갔다.
어두운 방 한켠 침대에 눕자 천정에서 이상한 불빛들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정면에 있던 불빛이 아래쪽으로 움직인 후 멈추자, BB는 진료가 끝났다고 했다.
특수한 빛을 쏴서 치료를 한 것이며, A의 딸이 곧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도록 기를 불어넣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래는 100만원짜리 치료인데, 아는 분이니까 특별히 30만원만 받겠다며 생색을 냈다.
A는 은행에서 돈을 찾아 30만원을 내고 집에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았지만, 남편이나 딸에게 차마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내가 어디가서 창피해서 말도 못하겠어. 바보라고 놀릴까봐.
A는 엄마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하소연을 했다.
엄마는 이상하다며 딸에게 말하라고 했지만, A는 그냥 도리질만 쳤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가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 한의원, 그때 친정에다가 생활비 많이 준다고 자랑한다던 그 집 아냐?
/맞아. 남편이랑 맨날 돈 빼돌린다고 싸워서 이혼하네, 마네 했지
/근데, 지금 동네에서 노인네들한테 사기치고 있는거야?
/그니까. 근데, 그게 정말 치료가 되는걸까?
/그게 말이 돼? 내가 신고할까?
놀라운 것은 엄마의 반응이었다.
/놔둬. 동네 다 아는데 괜히 시끄러워.
/그걸 왜 그냥 놔둬. 아주 나쁜 년이네.
/그냥 모른 척 해. 너 신고하기만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