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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테레즈 라켕 - 에밀 졸라

by iamlitmus 2009. 5. 15.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서 새삼스레 화제가 된 이 작품을 읽어보면, 모티브가 아니라 시나리오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스토리가 흡사하다. 1867년도에 발표했을 당시 포르노그라피를 펼쳐놓고 스스로 만족해하는 불쌍한 히스테리환자라는 혹평을 들었지만, 남편이자 친구를 죽인 연인들이 불안에 사로잡혀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결국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가쁜 호흡과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나가는 이 작품은 영화보다 백배 천배 나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차라리 박찬욱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여 성직자가 아닌 치졸한 난봉꾼을 그대로 담아왔다면 관객의 외면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작품의 중심은 살인을 저지른 연인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진정한 심리적 공포심이다. 선악을 구분짓는 원론적 양심과 비이성적인 행동사이에서 방황하는, 비겁하지만 어쩔수없이 나약한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찜찜한 기분과는 달리 아. 이런 것을 자연주의 작품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과 감동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