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의 발견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

by iamlitmus 2024. 10. 7.

이 영화를 보면서, 보고 난 뒤의 느낌은 딱 하나. 영상이 너무 예쁘다. 영화 전체가 화면보호기급이다. 어떤 장면을 캡쳐해도 엽서 그 자체다. (코닥 35mm로 촬영했다고) 촬영감독을 찾아보니 '샤비어 커크너'란 사람이다. (앤티가바부다 출신이라는데 처음 들어본 나라다.) 매 장면마다 배경음악이 기가 막히게 매칭되어 있는데, 정말 아름답다니깐? 직접 보시라. 배우들이 없는 영상만 따로 만들어도 될 정도다. 미술감독도 정말 훌륭합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좌측 배치, 정대칭 앵글을 보시라

 

배우들이 걷고, 멈추고 대화하는 앵글을 보면 셀린 송 감독의 성격이 드러난다. 여자 웨스 앤더슨처럼 매 장면마다 아주 딱.딱. 정확한 대칭을 계산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던 걸까.) 특정 장면을 통해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는 방식도 간결해서 좋았다. (예를 들면, 미국 입국 검사를 받는 장면에서 직업, 둘 사이의 관계 등을 문답으로 알려줌) 친절하지는 않지만 관객에게 한숨 쉬어갈 수 있는 여백을 주고 '그럼 당신의 생각은?'여지를 주는 치밀함도 마음에 든다. 

 

배우들이 한국말이 서툴다보니 대사만 치면 몰입이 안된다. 노라 역의 여주인공은 12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역할이니 그렇다 쳐도 평생 한국에서 살았다는 남배우는 한국말이 서툴면 어떡합니까. (그래도 유태오 배우 한국말 많이 늘었음) 한국어 특유의 억양이라는 것이 있는데 두 배우는 한참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유치원생들이 대화하는 것처럼 '솔'톤으로 떼.떼.거린다. 반면,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천연덕스럽고 훌륭합니다. 어쨌든, 모두들 수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