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생에서는 깊은 산속 옹달샘 옆 바위로 태어나 가끔씩 물마시러 오는 동물들을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평화로운가.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지금의 기억과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또 다시 몇 십년을 반복해서 산다는 것이 끔찍하고 지루해서 그냥 이번 생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이쯤에서 마무리짓자는 마음이었다.
이런 생각을 주제로 한 일본 드라마를 봤다.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뭔가 아귀가 안맞을 수도 있지만 굉장히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함께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자연스러워서 10편의 에피소드가 지루하지 않았다.
-다음 생에서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덕을 쌓아야 한다.
-어른의 지식으로 공부가 만만한 시기는 초등학교까지이다.
-나 말고도 인생 X회차 사람을 만나게 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불륜을 막는다던지, 약 부작용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친구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많은 편인데, 확실히 한국과는 문화적으로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재능없는 친구의 미래를 알기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좋은가. 같이 차를 마시자고 했을 때 거절하면 어떻하나. 미안해서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면서 결국 다 말한다. 평소에는 조곤조곤 말투지만 화가 나면 지옥에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스스럼없다. 일본여성은 참으로 다채롭구나.
특히, 친구들을 비행기 사고에서 구하려고 파일럿이 되려는 에피소드는 감동적이다. 파일럿이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직업이었나.
※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살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내용은 없다.
※ 마지막 생을 살고 난 후 인간으로 환생하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