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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환상특급

by iamlitmus 2007. 3. 26.


재밌는 이야기 해줄까요?
365일 상습 불면증에다 건망증 최상급인 여자애 이야기.

그녀는 오늘,
최근 한학기 동안 피땀흘려 만든 강의노트를 잊어먹었어요.
국문과, 일본어학과, 영문과 수업내용이 들어있죠.
아시죠? 인문학부 수업은 필기를 제압하는자가 A+ 받는다는거.
금요일 오후까지의 기억이 마지막이었죠.

그녀는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자료구조 필기자료와 프린트물을 통째로 잊어먹기도 했어요.
가뜩이나 못하는 과목주제에 새로 전부 만들어 공부를 했으니 대충 짐작이 가죠?

오늘 아침엔 과후배가 다가와 웬 강의프린트를 내밀더래요.
가만히 보니 자기 이름이 써있는거야.
어디서 났냐고 물으니 화장실 선반에 곱게 놓여 있더래요.
어젯밤 도서관에서 나와 옆에 잠시 두고 손 씻은 뒤 그냥 간거지.

집에 돌아와 다시 강의노트를 찾던 중,
에그머니, 이게 뭐야?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자그마치 5만원이나 툭 튀어나오더래요.
한없이 기뻐하려는 찰나, 얼마전 20만원을 봉투에 넣어 어딘가에 잘 두었던 기억이 순식간에 떠오르고 만거야.
근데..문제는 그 장소가 도저히 생각이 안나는거죠.
아무리 뒤져도 안나오니, 미치는 거지. 환장하는거야.

잠시 머리도 식힐겸 옷장정리를 했대요.
내일 춥다니까 목도리를 꺼내야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멜색..이..장롱을 뒤집어도 안나오더래요.
너무 많아서 몇개를 빼놓고는 시골로 내려보냈다는 엄마의 대답에 '당장 사 줘'라고 표독스럽게 외쳤겠지.
씩씩거리며 방에 돌아와 가만히 있자니, 날 따뜻할때 미리 크리닝한다며 세탁소에 맡겼었던 기억이 나는거야.
다이어리를 뒤져보니, 20일전에 맡겨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거예요. 꼴에 선불로 했더라구요.

........
그래요.
그게 바로 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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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에 갔다.

/2일에 맡긴 목도리요.
/어디보자..어..2일에 맡긴건 코트였는데..찾아갔잖아요.

그렇다. 어제도 입었던 코트였다.

/그..그럼 그 전에 맡겼나부다..카멜색인데..
/흠..9월달까지 뒤져도 없는데..이상하네.

그..그렇다. 난 검정색 목도리를 맡겼었다. 그것도 작년 겨울에.

자칫하면 변상하라고 뒹굴어 버릴 것을 염려한 주인 아저씨는 일단 보관증을 찾아보랜다.

목도리를 맡겼는지도 불분명한 판에 보관증이 어디에 쳐박혔는지 알게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