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_남대문시장
4개월 째 점심으로 혼자 김밥 먹는 중. 질릴 만도 한데, 내 입맛이 쉣인건지 먹을 만하다. 맘 편하게 혼자 먹고 한숨 자는 것이 루틴이 되어버려 점심산책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낮잠의 달콤함을 뿌리치기 어렵다.
남대문시장 구제 가판대 단골집이 재정비하여 오픈했다. 100% 램스울 제품이 무조건 5천원. 찬바람 불 때는 (호빵)무조건 스카프. 1장 당 1천원. 한 개를 사면 무조건 한 개를 버려야 한다는 미대오빠 철칙때문에 어떻게 집에 들고 갈지 고민 중.
먹다_최강금 돈까스
까탈스러운 미대오빠도 인정한 돈까스 맛집. 육질은 기본이고 직접 만든 소스와 친절한 서비스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식당이(었)다. 주방을 둘러싼 ㄷ자 모양 좌석배치로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어려운 면적이라 항상 웨이팅이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 (식당 입구 주변의 주택들은 소음 및 쓰레기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듯) 어제는 매장 내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실리콘 소스 뚜껑 사용법이 익숙치 않아 2번이나 탈출 시킴.
/맛있게 드셨어요? 라고 습관적으로 묻는 직원에게
/음악소리가 너무 컸어요.
/소스 용기가 불편해요. 빵점!
너무 진상짓 했나.라고 말하자 미대오빠가 답했다.
/다시 갈 식당이니까 말하지 안그럼 말도 안해. 근데 빵점이라고 말한 거 너무 유치했어. 어디서 그런 말 배웠니?
주말 내내 빵점!이라고 놀림당하는 중.
마시다_이화하우스
닭갈비가 먹고 싶어서 찾아간 식당인데 특이한 술집이었다. 원래는 숙소로 사용했던 공간을 개조한 터라 방마다 TV와 화장실이 있다. (주문도 인터폰으로 함) 유투브와 넷플릭스도 볼 수 있다. 예약필수인 곳인데 운좋게 방을 잡을 수 있었다. 닭갈비와 돈까스를 주문했는데 평타 정도의 맛.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싶은게 룸에서 먹으니 일행과 조용하게 대화 나누기 좋았고 깨끗한 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점이 제일 맘에 든다.
또가다_광화문 월대
먹다_이스트빌리지서울 광화문점
오후 반차를 내고 롯데백화점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광화문으로 급선회했다. 조미료 맛이 나지 않고 슴슴한 편이라 가끔씩 방문하는 식당. 식당 바로 옆 닭갈비 집도 운영하는데 그곳도 괜찮다.
가다_테라로사 광화문점
평일 한낮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남들 일할 때 나도 이렇게 낮에 놀고 싶다.(놀 것이다) 미대오빠는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 난 고소한 라떼. 예전 맛이 아니라는데 그의 커피 맛 기준을 모르겠다. 너무 까탈스러워서 피곤하다.
먹다_해봉정육 무교점
아버지 생신 기념 가족식사를 했다. 주중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라 주말 첫 타임으로 예약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당황했다. 날것을 못먹는 엄마와 올케는 소고기에 핏기가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볶음밥이 맛있어서 고기보다 더 먹었다. 같은 날 둘째 조카 생일이었는데 생일선물로 소고기 장조림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 말에 어이없음. 26살이나 된 애가 애정결핍도 아니고 철없게 여겨졌다. 올케는 가게를 하느라 살림을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말이야 초등학교 때부터 살림을....이런 이야기 하면 뭐하나. 올케의 제부가 승진을 해서 이재용과 식사를 같이 했다는 자랑을 또 들었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관심이 없는데 내게 원하는게 뭔지 모르겠다.
보다_약사의 혼잣말(넷플릭스)
일본 만화인데 중국 배경인 것이 독특하다. 약사인 아이가 납치되어 궁으로 팔려간 뒤 후궁의 하녀가 되어 독살 등의 사건을 해결한다는 스토리. 원작 만화는 16편까지 나온 듯. 궁금하다. 궁금해. 만화의 집에 가서 봐야겠다.
읽는중_미르의 공장일지
LG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스스로는 노예라 칭함)의 3년간의 작업 일지다. 뉴스에서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사고, 비정규직의 부당한 처우 등을 접할 때마다 그 순간만 들었다가 금새 잊어버리곤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왜 다른 일을 하지 않지? 왜 이런 대우를 받고 참는거지? 식의 속 모르는 소리를 해서는 안되는 현실 그 자체였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언제까지 내가 일할 수 있을까 생각은 하면서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지금의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기사가 생각나서 힘도 빠졌다. 주 60시간 일하는 건 그냥 일하다가 죽으라는 거다. 주 50시간과 주 40시간은 일하고 났을 때 몸 상태 차이가 크다. 장시간 노동이 꼭 노동자들을 육체적으로만 힘들게 하는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 하도록 통제하는 것과 같다.
연이어 일한 지 7일째다. 10일도 해봤으니 8일은 괜찮을 거라 생각한 게 오산이다. 70시간은 너무 힘들다.
요즘 취업률이 매우 낮은데 그래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일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그러니 열심히 일하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웃음이 났다.
여기는 너무 무법천지다. 서열 높은 관리자가 봉건 영주 같다. 그래도 이름 좀 있는 곳이면 괜찮을 줄 알았더니 어림없다. 그래서 노조가 필요한 것 같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높이려면 뭉쳐서 싸우고 쟁취하고 유지하는 것이 살길이라는 게 피부로 와닿았다.
생리현상이 생겼다. 5분이면 다녀올 일인데, 1시간 정도 참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반장한테 전화했다. 조장은 노조 간부 수련회에 간 사람 대신 공정 수행 중이었기 때문에 패스했다. 처음에 안 받길래 다시 했다. '죄송한데 제가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요.'하니까 욕이 날라왔다. 놀라서 귀를 전화기에서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