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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곤충교상

by iamlitmus 2016. 4. 13.
이천에서 열리는 산수유축제 마을에 다녀왔다. 지난 주에 축제가 끝나기도 했고 평일이라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산수유는 벚꽃이나 매화처럼 화려하거나  개나리처럼 선명한 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꽃인지라 눈에는 곱게 느껴졌다.

약간 언덕같은 산등성이를 오르려는데 왼쪽 손목에 따끔한 느낌이 올라왔다. 순간적으로 개미다 싶어 얼른 쳐냈지만 주사바늘로 찔린 것같은 통증은 점점 더 얼얼해져왔다. 마침 이전에 다친 상처에 붙어 있던 밴드를 떼내어 임시방편으로 붙이기는 했지만 당분간 귀찮아질 듯 하여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다음날에는 상처부위 근처가 벌겋게 변하면서 열이나고 간지러워졌다. 연고를 발랐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침 지인때문에 병원에 간 김에 물어봤지만 피부과에 가보라는 조언만 들었다. (사실 성형외과에서 큰 기대를 하고 물어본 것은 아니다.)

밤이 되자 붉은 부위는 점점 더 커져갔고 심상치않은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곤충교상이라는 증세와 동일했다. 상처부위의 열을 식힌다음 피부과에 가서 간지럼증연고 처방과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명쾌한 답변도 확인했다.

우선 급한대로 차가운 커피캔으로 열을 식히는데 그 순간만은 시원하고 낫나 싶다가도 왠지 부위가 더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두 배로 더 간지러운 것처럼 느껴졌다. 잠결에 긁었다가는 팔 전체에 번질 것 같았다.

속시원히 긁을 수가 없으니 괴로움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물수건으로 감싸볼까 하다 눈에 보이는 바세린을 듬뿍 찍어 넓게 문질러 발랐는데 어라. 신기하게도 간지러움이 가라앉는다.(그렇게 믿고 싶은건지도) 일단은 내일 아침 경과를 보고 병원에 갈지 생각해봐야겠다.

요즘 왜 이렇게 자꾸 다치는지 모르겠다. 상처가 잘 아물지도 않고 흉터도 선명하게 남는다. 잘먹고 잘쉬는데도 저항력이 떨어지는건지. 다음 프로젝트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는 있지만 나름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잠재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P.S.
조규찬의 에세이 '거리에서, 문득' 을 다 읽었다.
좋게 말하면 자존감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언뜻 봐서는 잘난 척하는 캐릭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다. 그래도 1집때부터 좋아했던 가수이고 음악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난 그의 용기에 놀랐었다.  이 첵은 유학시절의 에피소드와 한국으로 돌아와서 겪는 가족과 일상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없는(그것이 에세이겠지만) 덤덤한 일기같은 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타인에 의한 불편함을 불평하기보다는 그 감정을 관찰하는 그의 인내심과 차분한 생각을 읽고나면 너무나도 쉽게 화내고 앙심을 품으면 절대 잊지않는 모리배같은 나의 성정이 한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