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있는 내과에 가서 주사 한방 맞고 난 후 무서운 속도로 회복중이다. 백날 약 먹어봐야 소용이 없다.
영양보충이라는 핑계를 대고 긴기라기니에 갔다. 평일이고 일찍이어서 그런지 한산했다. 2번째여서 그런지 처음 느꼈던 감동스러운 맛은 없었다. 그보다도 계속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직원의 영향이 컸다. 식당 직원이(특히 주방 직원) 가게 밖에서 담배를 태운다던가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던가 하는 가게는 들어가고 싶지도, 재방문하고 싶지도 않다. 테이블을 정리한다던가 유리창이라도 닦을 것 같은데. (꼰대가 나타났다!!)
미대오빠가 안입는 옷은 제발 버리라고 성화를 부려 2-30개의 옷을 추려냈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 변할까봐 늦은 저녁에 '오시네요'까지 가서 넣고 왔다. (미대오빠는 집에 들어오면 절대 안나감)
/너 한번도 안입은 옷이 천지야. 옷장에 들어갈 데가 없어. 옷장문 열 때마다 얼마나 성질이 나는 줄 알아? 여기 바닥에 뭐 내놓기만 해봐. 말도 안하고 싹 버려 버릴꺼야. 옷을 사지 말라는게 아냐. 1개를 사면 2개를 버리라는거야. (1개를 사면 1개를 버려야지, 왜 2개야?) 쌓인 옷이 많으니까 그러지. (버리면 사줄거야?) 사줄께. 사준다고. 너 신발장에 있는 신발은 또 어떻고. 신발장 열 때마다 정말 싫은 냄새 난다고. 다 버려. (아..염색해야 하는데..) 너 또 딴 이야기 하지. 염색도 그래. 그냥 미용실 가서 해. (미용실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 돈줄께 .돈 준다고. 구질구질하게 진짜 맨날 집에서 뭐하는거야. (가난이 몸에 배서 그래) 그래서, 내가 돈 쓰는 법 알려주잖아. (가만히 쳐다본다.) 뭐. 뭐. 내가 쓸데없는데 써? 세제 사고, 햇반 사고, 탄산수 사고. 그런거잖아. 넌 맨날 코스트코가서 몇 만원짜리 위스키는 턱턱 사더라? 그렇게 돈 아끼는 애가?
(술은 다르지) 뭐가 달라. 난 마시지도 않는데. 너 그렇게 술 마시고 하니까 감기몸살 걸리는거야. 너 화장품도 그래. 그거 다 써? 안쓰지? 버려. 약도 유통기간 지난 건 버리고. (괜찮아. 안죽어. 아까운데 왜 버려) 이번주까지 정리 안하면 다 버릴 줄 알아. (왜? 나도 버리지.) 버릴려고 해도 안떨어지잖아. 누군 안그러고 싶은 줄 알아? (아유. 듣기싫어. 그만해.) 맨날 내가 잔소리 한다고 그러는데, 나는 뭐 좋은 줄 알아? 네가 잘하면 나도 잔소리 하고 싶지 않아. (네가 뭐했네, 너 때문에. 이런 단어 쓰지 말라고 했지?) ......
적고 보니 대단하네. 이 남자.
이걸 듣고 있었네. 이 여자.
잠자기 전 20분 요가를 했다. 가벼운 솜이불 위에 무게감 있는 담요를 덮으니 따뜻한 찜질방에 있는 것 같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너무 개운해서 놀랐다. 이젠 점심시간마다 낮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