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미대오빠에게 문자를 보낸다.
/짐 내려감
/1호선 탔음
/2호선 탔음
6시 경 즈음 합정역에 도착하면 개찰구에서 그가 기다리고 있다.
매일 똑같다.
집 근처 카페 문 밖에는 길냥이 2마리가 산다. 억울하게 생겨서 억만이, 하얀 애는 백만이라고 이름 지었다. 다이소에서 츄르를 사다가 하루에 한 개씩 준다. 주변에 술집이 많다보니 누군가 안주들을 갖다 놓기도 한다. 그제는 물에 씻은 고기, 어제는 황태포를 씹고 있더라. 세상에. 저거 물에 담궜다가 줘야 하는데.
나름 익숙해졌는지 이름을 부르면 박스에서 나와 얌전히 꼬리를 말고 앉는다. 근데, 아침에 챙겼던 츄르가 보이지 않는다. 애들은 쳐다보고 있고, 난 계속 찾고 있고. 어쩌지? 억만아. 하루에 1분 미만 만나는 애들한테도 이렇듯 부채감이 드는데, 키우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집에 가서 밥 차려 먹기 싫을 때는 외식을 한다. 이 근처 안가본 식당은 거의 없다. 가능하면 새로운 식당을 가고 싶지만 실패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 단골식당도 자주 가면 질리고.
어제는 도서관에 가야 해서 오는 길에 치킨을 사서 먹기로 했다. 단골인 잉치킨 망원점이 문을 닫아(탕후루 가게 생김) 새로 오픈했는데도 평점이 대단한 베이직 프라이드 치킨 에서 꽤 많은 메뉴를 주문했다.
[소감]
1. 전화로 주문할 때 순살인지 뼈가 있는 걸 선택할지 물어보길래 순살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영수증을 보니 3천원이 추가되어 있었다. 주문할 때 말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순살이면 더 비싸질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금액은 똑같나요? 라고 물어봐야 하는건가? 소비자는 힘들다.
2. 떡볶이라고 해놓고 우동국수가 들어 있었다.
3. 치즈볼은 당연히 냉동식품을 돌렸겠지만 밀가루 냄새가 너무 났다.
4. 치킨과 감자튀김은 눅눅했다.
음식 남기는 것을 싫어해서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했는데 둘 다 포기했다.
한번 먹는데 거진 4만원에 달하는 외식비가 부담된다. 가능하면 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점심시간에 남대문시장 반찬가게에 가서 땅콩 조림을 샀다. 핫케익을 먹고 싶다는 미대오빠 말이 생각나서 메이플 시럽도 샀다. 핫케익 가루를 사다가 계란과 우유를 넣고 반죽한 다음 버터를 올리고 뿌려 먹어야지.
계란3개, 우유를 넣고 중불에 구워 먹었다. 냉동실에 있던 버터가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너..또 버렸지?
/안버렸어. 왜 그렇게 생각해?
/그럼 누가 버려.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버렸지?
어제 그가 준 인터넷계약 연장하고 받은 이마트 상품권 때문에 참는다.
팬케이크 맛은 괜찮았지만 번거롭고 치우는 품이 너무 많이 든다.
다음에는 와플팬에 해먹기로 한다.
/집에 가서 와플팬 좀 가져와봐.
/가져와서 해먹고 다시 가져가는게 더 힘들겠다.
/한번 해 먹을거니까 그러지. 안그럼 새거 산다?
집안에 살림 들이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그인지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