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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까라마조프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by iamlitmus 2007. 3. 26.

하일지 교수 왈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다 읽으면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아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무던히도 귀가 얇은 나로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읽기만 해도 작가가 될 수 있다니..
그의 말을 빌자면, 많은 책을 읽어본 후에야(특히, 세계 명작 고전) 다른 작품의 좋고 나쁨을 깨달을 수 있으며 평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우선, 처음엔 '죄와벌'로 워밍업을 했다. 익숙치않은 세로줄을 훑어나가는 것은 고행 그 자체였다. 내용또한 이해하기 힘겨웠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열하는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끝까지 읽는 것만이 주가 되었다.

열린책들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집이 나왔다. 총 24개의 작품으로 상,중,하로 나뉘어진 것을 합한다면 약 30여권이다.내가 좋아하는 하드커버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라락 거리는 폼새가 아주 그만이다. 목표를 정했다. 다 읽어 버리고 말테다. 우선 가장 많이 알려진 까라마조프의 형제들부터..

[어려운 설명]
이 작품은 사회적, 정신적 발전(인간의 이데올로기적, 도덕적 발전) 문제에 최종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동시대인들의 자기만족과 안일, 소시민적 근성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1870년대의 러시아는 경제적, 사회적 혼란시기였다. 표도르 까라마조프와 그의 아들들은 상속문제로 인해 대립하게 되고 도덕적 붕괴를 맞이하게 된다. 수많은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단편소설이 될 수 있을 정도..

작가는 인간성의 밝은면보다는 어두운면, 신성에 제압되지 않는 악마성을 강조하고 있다. 낯선 결론을 통해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으며 현실적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쉬운 설명]
까라마조프의 세 아들의 캐릭터는 인간의 세가지 형상을 나타낸다. 장남 드미뜨리는 원시적인 인간이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며 감정적이다. 단순하기 그지없다. 자신의 너무 많은 것을 드러내는 까닭에 그만큼 상처도 많이 받는다. 결국 친부살해범으로 유죄선고를 받게 된다.

둘째 이반은 이성적인 인간이다. 무신론자이며 회의론자이다. 자유사상가이며 냉철한 이성을 추구한다. 합리주의를 표명하면서 에고이즘과 개인주의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과 이성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게 되어 결국 분열증을 일으키고 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친부살해의 교사를 하게 되며 후에 이것을 깨닫고 정신적인 파멸을 하게 된다.

막내아들 알료사는 이상적인 인간이다.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여기며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수도사의 길을 걷고자 했으나 장로의 뜻에 따라 세상의 온갖 추악하고 무서운 원죄를 용서해야만 하는 십자가를 짊어지게 된다. 긍정적이며 평화주의자다.

이 책의 쟁점은 누가 친부를 죽였는가가 아니라, 누가 진정으로 아버지에 대해 살의를 품었는가이다. (아마도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이들일 것이라고 본다.)
후반부의 법정공방장면에서의 검사와 변호사의 변론은 그 어느 쪽의 의견도 맞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다. 진실은 얼마든지 위조될 수 있고, 심지어 끝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